신비주의적 마음의 실체 과학적 해명

인지능력은 ‘밈’에 최적화된 뇌에 기인

문화 진화 동력은 언어…바흐도 그 산물

세계적인 석학의 마음 연구 결정판

[북적book적]언어는 ‘뇌에 설치된 앱’…마음을 진화시켰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 모두 험난한 세상에서 그들 앞에 던져진 많은 도전에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탄할 만한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마음은 그것들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한번 보기만 해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는 면에서 독특하게 강력하다.”(‘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다시 박테리아로’에서)

마음은 어떻게 해서 존재하게 됐을까? 마음이 이런 걸 묻고 답하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동물들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우리가 만든 기계도 마음을 갖게 될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마음의 진화’ 등 20여 권의 저서 등 반 세기를 마음 연구에 바친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대니얼 C. 데닛은 전통적인 형이상학이나 신비주의, 교조주의에 갇힌 마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이해시키려 애써왔다.

[북적book적]언어는 ‘뇌에 설치된 앱’…마음을 진화시켰다

데닛의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다시 박테리아로’(바다출판사)는 그의 마음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거의 일어날 확률이 없는 긴 긴 시간에 걸친 돌연변이와 우연한 사건으로 새로운 종이 탄생하고 생명의 대폭발과 인류의 지능 발전 등을 거쳐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된 인간의 그 수십 억 년의 긴 여정을 데닛은 설득적으로 그려낸다.

일반인에게 마음은 여전히 물질과는 다른 어떤 것들로 만들어졌다는 통념과 내적 자아가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의식하고 관장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마음과 몸이 합쳐지는 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이런 일반적 생각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것으로, 마음은 폐와 뇌 같은 것들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 어떤 것들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데닛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자장에 묶어두는 이런 ‘데카르트 중력’과 마음을 몸에서 뜯어낸 ‘데카르트 상처’를 극복하고 마음과 몸을 회복시키는 데 과학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진듯하다.

데닛에 따르면, 인간만이 의식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능력은 점진적으로 진화하며 이해력과 이를 표상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는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밈(meme)이 잘 침투할 수 있는 뇌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밈의 가장 대표적인 언어를 지닐 수 있게 된 것도 뇌의 그런 특성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과 문화 역시 자연선택의 과정을 따라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자연선택에는 마음이 없고 의도도 없지만 설계 개선이라는 과업을 수행하면서 인간의 마음을 진화시켰다. 진화의 나중 단계에 생긴 게 마음이다.

데닛은 전통적으로 창조주의 피조물이라는 적하적 창조이론(trickle-down theory of creation)을 뒤집은 다윈의 포상적 창조이론(bubble-up theory of creation)에 의거, 들어올림, 즉 크레인 효과로 진화가 더 복잡한 영역으로, 효율적으로 일어났다고 본다. 즉 세포내 공생이란 크레인은 단세포들을 들어올려 훨씬 복잡한 영역으로 진입하게 해 다세포 생명 출현이 가능해졌으며, 언어와 문화도 크레인으로 새로운 가능성의 광대한 공간을 열어젖히며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는 문화의 진화를 가속화했다. 언어를 비롯한 생각도구들 덕에 인간은 마음에 대해 묻고 대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무목적적이고 무마음적인 하의상달식 자연선택은 인간에 의한 문화적 진화가 생겨나면서 상의하달식 설계가 가능해지고 다윈주의적이기만 했던 것에서 점점 덜 다윈화되게 된다.

그런데 왜 바흐일까?

여기에 데닛의 방점이 있다. 데닛은 바흐가 아닌 다른 천재들을 넣더라도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즉 인류 사회들이 그 사회 구성원 몇몇의 창조적 탁월함에 빚지고 있다고 여기지만 “인류의 문화는 그 스스로 어느 젠더의 어떤 천재 집단들보다도 더 풍부하게 찬란한 혁신들을 생성하는 주체”라고 말한다.

바흐 역시 문화 진화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문화는 밈을 타고 전파되고 확산된다. 어떤 밈은 짧은 시간 동안 넓게 퍼지고, 어떤 밈은 좁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구 제작부터 학문, 예술, 기술에 이르는 인간의 문화는 진화해왔다. 누군가의 설계나 의도가 아니라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친 결과라는 것이다.

말과 단어는 밈 중 가장 대표적이며 문화적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는 디지털화가 가능한 속성 때문으로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통해 정보가 전달, 단어가 DNA처럼 기능한 것이다. 비인간 동물에게도 집단에서 공유하는 전통 혹은 행위 방식이 있고 이 역시 밈적 진화이지만 일반적으로 동물의 밈은 인간 언어와 달리 더 많은 밈을 생산할 기회를 열어주지 않는다. 우리의 언어는 눈덩이처럼 축적물을 불린다.

데닛은 단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강력한 앱이 뇌에 설치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앱의 구조를 모르더라도 사용자 인터페이스 덕에 앱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뇌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신경계의 활동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뇌에 설치된 앱의 사용자-환각,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신에게 보이도록 만들고, 자신을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용자-환각은 의사소통을 위해 우리에게 접근 가능한 우리 인지 과정의 잘 연출된 버전,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며, 이 가상기계 시스템이 바로 의식이라는 것이다.

데닛은 밈의 진화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진화할 조건을 제공했다며, 밈학이 언어와 문화적 진화를 모순 없이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이론임을 강조한다.

책은 인지과학, 진화학, 언어학,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가 다운 박식함과 여유로움, 세심함을 갖춘 위트 있는 글쓰기로 마음의 실체에 다가가는 깊은 이해와 유쾌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대니얼 c.데닛 지음, 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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