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류학자 샹뱌오, 중국담론 지적
‘일대일로‘새로운 원톱’ 비판적 시각
중국색·소분홍종족 애국주의도 질타
국가주의 중국보다 개인의 삶에 방점
자기경험서 출발…현실문제 인식 조언
경계인의 눈으로 불안사회 방향 제시
“왜 꼭 국가적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하나요? 반드시 중국 담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자기 생활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국가와 민족의 모자를 눌러써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죠.”
옥스포드대 교수를 거쳐 현재 독일 막스 플랑크 사회인류학 연구소장인 스타 인류학자 샹뱌오의 중국 담론에 대한 지적은 정신이 확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가주의 중국보다 민중으로서의 개인의 삶에 방점을 둔 이 지적은 현 중국인들에 대한 경종으로 읽힌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 출신인 샹뱌오는 현재 중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학자로 호응을 얻고 있다. 흔히 ‘21세기 홍위병’으로 언급되는 중국 젊은 세대 가운데 다른 사고와 탐색을 모색하는 층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갈망에 답한 책이 샹뱌오의 ‘방법론으로서의 자기’이다. ‘주변의 상실’(글항아리)은 샹바오의 대담집 ‘방법으로서의 자기’와 미디어 인터뷰, 강연 원고 등을 묶은 것으로, 중국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샹뱌오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베이징, 옥스퍼드, 원저우로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대담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베이징 방담에선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지식인의 역할, 특히 중국 담론에 대한 샹뱌오의 시각이 관심을 끈다.
샹뱌오는 중국식 경제 발전 모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중국 담론 자체를 일종의 강박으로 본다. 자기 증명을 하겠다는 것은 자기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란 논리다. 중국 적인 것이 반드시 좋은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는데, 즉 “우리에겐 이런 이야기가 있고 재료들이 있고 자신감과 바탕이 있어서 이 중국 담론을 이야기해야”한다는 이런 심리적 요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중국이 내세우는 일대일로의 경우, 이게 정말 중국의 이야기냐고 묻는다.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입장에서 보면, 일대일로를 중국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의 투자 배후에는 모두 베이징의 전략적 고려가 도사리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사실 일대일로란 “중국내에서 신발을 다 팔지 못하니까 아프리카에 가서 파는 것”일 뿐이라는 게 샹바오의 솔직 지적이다.
중국의 성공이 과연 중국이라서 가능한 것인가도 되묻는다. 많은 요소가 중국이라는 배경 안에서 함께 작용해서 특정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다양한 요인을 쪼개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중국과 한국을 들어서 원래 ‘아시아의 네마리 용’과 비교하고 유럽과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역량을 동원할 수 있어 단기적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중국과 매일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유럽의 단순비교는 옳지 않다는 얘기다.
국제정세나 글로벌문제를 보는 시각도 좀 다르다. 지금 현상에 매몰되기 보다 세부를 촘촘히 관찰하고 긴 흐름 속에서 파악하려는 그 답게 최근의 탈세계화라는 흐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관심사 중 하나인 민족주의와 포퓰리즘과 관련, 샹뱌오는 인터넷 애국주의자 소분홍과 같이 종족 아이덴티티를 들어 중국에 대해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정부분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도시화와 양극화의 계급 인식, 90년대 신자유주의의 기승을 80년대의 실패에서 찾은 해석,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중국의 정당성 등은 새롭게 읽힌다.
중국의 패권의식에 대한 지적도 있다. 세계의 불합리한 권력 구조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반발과 중국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대안적 길을 걷기보다 ‘새로운 원톱’이 되고 싶어한다고 주류를 겨냥한다.
대담을 진행한 저널리스트 우치의 질문에는 현재 중국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데, 자본주의 시스템이나 부패한 권력에 대한 저항과 대립이 사라지고 있으며,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는 대목도 있다.
책은 저자 자신의 자기 발견과정도 솔직하게 담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받은 인정에 대한 부담, 현지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관찰하느라 이론적 기초를 닦지 못했다는 초조함, 좋은 책을 쓰고 싶은데 자료가 충분치 않아 겪는 슬럼프까지 이주의 삶을 살아온 스타 인류학자의 예민한 감각과 불안, 혼돈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단단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조문영 연세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방법으로서의 자기’는 세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출발점의 하나로 자기 자신의 경험을 문제로 삼자는 제안”이라며 “이 때의 자기는 안과 밖의 경계가 뚜렷한 개인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매번 새로워지는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현상을 이해하려면 일정한 거리두기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해야 함을 누누이 강조한 샹뱌오의 경계인의 눈으로 본 중국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le@heraldcorp.com
주변의 상실/샹뱌오 지음, 김유익 등 옮김/글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