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시장이 안 좋을 때면 으레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가가 이렇게 뚝뚝 떨어지는데 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낸 보고서에 '매도'(sell)의견은 없냐는 것입니다. 특히 목표주가(target price)는 낮추면서 투자의견은 요지부동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번엔 애널리스트가 어떻게 목표주가를 산정하는지, 그리고 투자의견은 어떻게 내는지 간략히 알아보려 합니다.
우선 가장 먼저 유념하셔야 하는 건, 가치(value)와 가격(price)의 차이입니다. 가격은 말 그대로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지불해야 하는 물건값입니다. 주식시장에선 주가죠. 내가 생각할 때 두부 한 모에 1000원이면 될 것 같은데 700원에 판다면 이 두부는 싼 것입니다. 가치는 1000원인데 가격은 700원이니까요.
목표주가란 이렇게 애널리스트가 판단한 주식의 가치입니다. 그럼 그 가치는 어떻게 구할까요? 꽤나 어려운 용어들도 막 나오고 하는데, 마트에서 두부 한 모 고르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보죠.
▶가치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대가치 측정과 절대가치 측정입니다.
상대가치는 특정 물건의 가치를 다른 비슷한 물건들과 비교해서 정하는 것입니다.
두부가 A, B, C, D 네 종류 있다고 합시다. 가격 비교가 쉽게 100g당 얼마인지 따져보니 각각 500원, 700원, 1000원, 1200원입니다. 그럼 두부는 평균적으로 100g당 850원입니다. 이제 내가 포장 단위가 200g인 E라는 두부의 가격을 붙여야 한다면, 간단히 시장에서 거래되는 두부의 평균가격(100g당 850원)에 대응해 200g이니깐 1700원을 받으면 적정할 것 같습니다.
이게 주가수익비율(PER)을 이용해 상대가치 측정 방법으로 구한 목표주가입니다. 100g당 850원이 경쟁사(peer)그룹의 PER인 셈이죠. 물론 실제로 이렇게 허술하게 목표주가를 구하진 않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얼마나 공부도 많이하고 밤새워 연구를 하는데요. 다만 방식을 이해시켜드리기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PER에 대한 이야기는 앞선 '투자뉴스 뒤풀이' "마트에서 찾은 주식 PER 원리와 개념"을 참조해주세요.)
만약 E두부가 평범한 다른 두부와 달리 한입 넣는 순간 강원도 청정산골의 콩밭이 입안에서 펼쳐지며 혀에서 꽃사슴이 뛰어노는 것 같은 감동을 주는 대단한 맛이라면 1700원보다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밸류에이션에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E두부가 싼 값에 먹는 두부라는 인식이 퍼진 상품이라면 1700원보다 당연히 가격을 낮게 붙여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땐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일어난 것이죠. 얼마나 프리미엄을 줄 것이냐 디스카운트할 것이냐는 애널리스트 주관의 영역이고 그걸 잘하는 게 실력입니다.
자, 그런데 요새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다보면, 해당 종목은 문제가 없는데 동종업계 경쟁사(peer) 밸류에이션이 하락해서 목표주가를 내렸다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두부 예로 돌아가보죠. A~D 두부의 100g당 가격이 850원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700원으로 내렸다고 합시다. 그럼 E두부 가격을 매길 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습니다. 다른 두부들 다 가격이 내렸는데 E두부라고 별 수 있나요. 그럼 100g당 700원을 적용해 새로 E두부 가격을 정하면 1400원이 됩니다. E두부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시장 상황, 경쟁사 가격 등의 문제로 목표주가가 내려갑니다.
아래 캡처해 놓은 DB투자증권의 크래프톤에 대한 목표주가 변경이 바로 그 예입니다.
상대가치 측정 방법은 기본적으로 '시장은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A~D두부 가격은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E두부 가격도 그에 비교해서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목표주가를 산정하는 또 다른 방식은 절대가치 측정 방법입니다. 요건 상대가치법보다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원리 자체만 놓고 보면 별거 없습니다.
친구가 지금 100만원을 빌려주면 1년 뒤에 5% 이자를 준다고 합니다. 그럼 1년 뒤엔 내가 105만원을 받으면 되겠죠? 이제 5%는 친구와 나 사이의 1년짜리 금리입니다. 100만원이란 현재가치(present value)를 1년 뒤 105만원이란 미래가치(future value)로 이어주는 시간가치가 바로 금리입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선 이자가 금지됐죠. 하느님이 내려주신 시간에 감히 어찌 인간이 돈을 받으려 하냐는 것이죠. 물론 원칙만 그랬습니다.)
이걸 역으로 적용해서 미래가치를 현재가치화 하는 걸 '할인'(discount)한다고 하고, 그때 금리를 할인율(discount rate)라고 합니다. 채권 가격을 구한 아래의 예가 바로 그것입니다. 분모에 시간대별 현금흐름이 올라가 있고 분모엔 금리를 놓습니다. 금리는 채권의 종류나 만기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주식의 절대가치 측정법은 이 방법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채권은 분자에 올라가는 것이 아주 명확합니다. 쿠폰채라면 쿠폰이 올라갈 것이고 만기엔 돌려받을 원금이 명시돼 있으니까요. 때문에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건 분모인 금리가 얼마나 변하고 또 그것에 얼마만큼의 스프레드(spread)가 붙냐에 달렸죠.
주식은 그럼 분모에 뭘 올리면 될까요? 이게 참 난감하죠. 채권처럼 똑 부러지는 현금흐름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훌륭한 경제학자들이 분모에 올릴 만한 것들을 찾아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게 배당(dividend) 입니다. 또 회사가 벌어들이는 현금(Free cash flow)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잔여이익(Residual income)이란 개념도 고안해 분자에 두기도 합니다. 각각 분모에 뭘 올리느냐에 따라 배당-GGM(Gordon Growth Model), 현금-DCF(Discounted Cash Flow), 잔여이익-RIM(Residual income Model) 등 다양한 이름이 붙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은 뭐고, 어떤 기업에 적합한지 등을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지고 또 구태여 그렇게까지 아실 필요는 없으실테니 넘어가죠.
그런데 채권과 달리 주식은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growth)입니다. 주식회사는 성장하죠, 그것도 영원히! 채권은 만기가 딱 정해져 있지만 주식은 안 그렇죠. (주식시장의 기본 전제가 영속기업, 즉 영원히 죽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입니다. 몇 년하다 문 닫을 기업이라면 주식이 무슨 필요겠어요)
기업이 성장하면 배당도 늘 것이고 현금 창출력도 좋아지겠죠. 이것도 분자에 고려해줘야 합니다. (슬슬 머리가 아파옵니다)
분자는 그렇다치고, 분모는 더 골치입니다. 성장이란 개념을 감안해야 하니 수정할인율을 써야 합니다. 무엇보다 채권보다 훨씬 위험한 주식을 채권처럼 시중 금리로 할인하면 될까요? 당연히 안되죠. 그래서 금리(무위험이자율)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덧댑니다. 그게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입니다.
그렇게 구해서 적용하는 할인율이 COE(cost of equity)입니다. 혹은 요구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 on equity)이라고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cost)인 것이고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한 주식에 투자한만큼 이만큼은 받아야겠다'(required)는 수익률입니다.
아래는 KB증권이 2022년 COE를 구하면서 제시한 논리입니다. 무위험이자율에 위험자산인 주식의 프리미엄을 덧댄 것입니다. 이게 참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입니다.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자 그럼 분모도 끝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기업 성장을 고려한 수정할인율을 써서 하나의 식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래는 DCF를 이용해 목표주가를 제시한 보고서입니다.
절대가치 측정법의 경우 분자가 커지거나 분모가 작아지면 결과값, 즉 목표주가는 올라가게 됩니다. 위 보고서를 보면 이익추정치를 낮추면서 목표주가도 하향조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분자(배당 혹은 이익, 성장률)가 줄지 않아도 분모가 커지면 목표주가는 떨어지게 됩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목표주가를 변경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이유입니다.
바로 아래 RIM을 이용해 크래프톤 목표주가를 제시한 NH투자증권 보고서를 보시면 바로 그 이유가 설명돼 있습니다. 무위험이자율이 2.5%에서 3.5%로 1%포인트나 올라갔습니다.
앞서 상대가치 측정법도 그렇고 절대가치 측정법도 그렇고, 해당 기업 가치 자체엔 변화가 없어도 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 목표주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이제 아시겠죠?
▶애널리스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상대가치법이든 절대가치법이든 어느 하나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방법이든 완벽할 순 없으니까요.
특히 투자자분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것은 앞으로 12개월 혹은 6개월 뒤 주가를 정확히 명중시키는 활쏘기 대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가 많이 차이가 나니깐 꼭 오를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반드시 목표주가에 오를 것이라고 덮어두고 믿는 것도 모두 잘못입니다.
목표주가는 위에 설명드린 대로 여러 상황을 고려한 기계적인 작업입니다. 당장 해당 종목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목표주가를 그때그때 수정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큰 흐름에서 현재 주식시장 전문가들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주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또 '가치'라는 것의 주관성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최근 제가 몸담고 있는 CFA한국협회에서 개최한 Korea Investment Conference에서 패널로 참석하신 이효석 업라이즈 이사께서 아주 좋은 말씀을 인용해주셨습니다. "그 시대의 가치는 당대의 가치관이 정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ESG라는 가치가 중시되면서 주가가 흔들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목표주가=가치(value)'란 점에서 목표주가는 시대의 가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바로미터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의견은 왜 요지부동일까요? 위에 말씀드린대로 해당 기업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외부 환경이 변해서 목표주가가 하향조정된 것이라면 투자의견이 달라질 이유는 없습니다.
증권사마다 구체적인 기준은 다르지만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정량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정성적인 평가도 들어갈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에 참 인색합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팩트세트 자료를 찾아보니 이달 초 기준으로 S&P500기업에 대해 1만676개의 종목 보고서가 올라와있습니다. 이 가운데 55.6%는 매수(Buy)의견이고 38.7%는 중립(Hold)의견입니다. 5.7%가 매도(Sell)의견입니다.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언뜻 생각하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대로 일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증권사 애널리스트분들이 이런저런 전문가를 자처하는 비공식 재야의 고수들보다 열배, 백배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노력합니다. 그런 그들이 투자의견을 소신대로, 자유롭게 내지 못하는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애널리스트 개개인의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고 본질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이건 또 너무 긴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에서 증권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