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이거 악질”이라던 촉법소년 성폭행범…범행후 옷 3번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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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경남 진주에서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고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가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성폭행 가해 남학생은 범행 직후 옷을 세 번이나 갈아입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에 그쳤다.

28일 SB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A양은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B군에게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친구들과 B군이 있는 곳을 찾았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B군은 A양에게 음주를 강요했고, A양이 이를 거부하자 “이거 다 안 마시면 이 방에서 못 나간다”고 말하며 강제로 술을 마시도록 했다. B군은 친구들이 두 사람만 남긴 채 자리를 뜨자 A양을 성폭행 했다.

A양 어머니는 막내딸로부터 ‘언니가 무슨 일을 당한 거 같다’는 전화를 받고 A양에게 전화했다가, A양의 친구로부터 ‘(A양이)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들었다.

A양 어머니는 곧바로 딸이 있다는 야외주차장에 찾아갔고, 이 때 B군을 포함한 남학생 10여 명이 모녀를 에워쌌다. A양 어머니에 따르면 B군은 친구들 뒤에서 옷을 세 번이나 갈아입는 등 증거를 없애려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A양 어머니는 “경찰관분도 ‘이거 참 악질이네, 정말 이걸 잘 아는 놈이네’라고 얘기하시더라”고 했다.

B군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성폭행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B군은 지난 2월 6개월 미만 소년원 송치인 ‘9호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소년보호처분상 두 번째로 강력한 처분이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에 그쳤다. B군은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 처분도 받았지만 A양이 사는 경남 진주 시내에 있는 또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육 당국의 규정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가급적 5km 밖’으로 전학을 가야하는데 B군이 전학한 학교는 약 6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규정상 문제가 없다. 교육지원청 측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 전학이 한 학교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최근 6개월 내에 가해 학생을 받았던 학교는 제외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멀지 않은 학교로 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로 전학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법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어겨도 교육 당국이 취할 조치는 없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학교 폭력 신고를 다시 해서 그 아이가 그런 2차 피해 3차 피해가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A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도의 우울감, 들뜬 기분이 반복되는 정동장애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까지 받았으나, B군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시내를 활보하며 일상생활도 이어가고 있다.

A양 여동생은 “(B군이) 그냥 숨기는 것도 없고 자기 잘난 것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도 올리고 자기가 평소 하는 대로 지내고 있다”며 “밖에서 뭐 ‘자기가 (소년원에서) 나왔다’ 소리 지르고 다니고, 친구들한테는 ‘그냥 어떤 애의 인생을 망쳤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다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