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종합 월세수급지수만 나홀로 상승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도 다시 기준선 위
금리인상·전세대출 이자 부담에 월세 수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국 주택 월세시장에서 여전히 ‘임대인 우위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매매·전세시장에선 집을 내놓고 수요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잇단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집값 하락 우려 속에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찾는 이들은 줄고, 월세 선호 현상은 더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월세수급지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높아진 101.0을 기록해 6개월 연속으로 기준선(100) 위에 머물렀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공급〉수요),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공급〈수요)를 나타낸다. 여전히 전국 주택 월세시장에서는 월셋집을 공급하는 집주인보다 이를 찾는 수요자들이 좀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전국 주택종합 매매·전세수급지수가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100을 밑돌며 ‘매수자·임차인 우위’를 나타내는 것과는 비교된다. 지난달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89.7로 90선 아래로 밀려났고, 전세수급지수는 91.9로 90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그만큼 매매·전세시장에선 집을 내놓고 수요자를 기다리는 집주인이 더 많아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종합 월세수급지수는 100.9, 101.2로 전달보다 0.8포인트, 0.4포인트씩 더 높아졌다. 반면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86.6, 92.4를 기록하고, 전세수급지수는 88.9, 94.7로 이 기간 더 떨어졌다.
서울의 주택종합 월세수급지수는 전달보다 1.3포인트 높아진 99.6으로 다시 기준선에 바짝 다가섰다. 매매·전세수급지수는 전달보다 더 하락한 85.9, 89.0으로, 90선에도 못 미쳤다.
최근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속한 동북권(101.6), 마포·은평·서대문구 등 서북권(104.6)에서도 월세시장 내 임대인 우위가 뚜렷했다. 주택 유형 중 아파트만 보면, 서울의 월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00.1로 9개월 만에 다시 기준선 위로 올라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 월셋값은 나홀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은 전달보다 0.15% 올랐다.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0.29%)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월(-0.55%)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전세가격(-0.28%) 역시 3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뛸 만큼 뛴 전셋값에 더해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신규 전세를 찾는 수요가 대폭 줄고,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셋값 강세도 계속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싼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니 월세를 내는 게 낫다는 세입자와 월세를 받아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오르는 금리가 매수심리를 압박하면서 주택시장의 거래 부재와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전세시장에서도 계약 갱신과 월세 선호로 인한 거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