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을 해 오던 동료 직원으로부터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측이 각 영업사업소에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1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전날 서울교통공사 측이 각 영업사업소에 보낸 신당역 살인 사건 관련 공지사항과 ‘재발방지대책 아이디어 제출 양식’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올라왔다. 이는 당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신속한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관계부처에 지시한 뒤 공사 측이 작성해 사업소에 돌린 것이다.
공사 측은 “신당역 여직원 사망사고 건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사업소별로 16일(금) 오전 10시까지 영업계획처에 의견을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긴급 공지했다. 문서에는 영업사업소 이름과 아이디어 내용, 기대효과를 적도록 했다.
내부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국무총리 등판 하니까 부랴부랴 보여주기식 또 나온다” “창피하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의 행정” “윗선이 무능의 극치니까 외부에서 전문가를 불러서 싹 고쳐야지” “이런 게 서교공식 일처리” “2인 1조로 근무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밤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입사 동기인 전모(31) 씨에게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씨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간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을 통해 300여 차례 접촉을 시도하며 스토킹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역무원 역사 순찰시 ‘2인 1조’ 투입 규정이 없었다는 점, 피의자가 불법촬영 혐의로 직위해제됐으나 회사 내부망 접속 권한을 그대로 둬 가해자가 피해자 근무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는 점 등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공사 측은 내부망 접속 권한은 이미 스토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전씨의 재판이 끝난 뒤 징계 절차가 개시돼야 박탈되는 탓에 전씨의 내부망 접속이 가능했던 것이고, 피해자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 또한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통보받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긴급 공지와 공문과 관련해서도 “유사사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현장 의견을 청취하려고 했지만 표현상 꼼꼼하게 파악하지 못해 잘못 전달 드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better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