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처분기한, 무순위청약 제도 바꿔달라”
입주일로부터 6개월 이내 처분…“집 안 팔려”
건설사 n차 무순위청약에 “청약 신중” 읍소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정부를 향해 “청약제도를 바꿔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활황기에 적용했던 ‘1주택 처분기한’, ‘무순위청약’ 제도 등을 변경해달라는 요구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나타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되, 어떤 내용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반영할지는 하반기 중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관련 부서에는 청약제도 변경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 사이에서 “주택 처분기한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대표적이다. 최근 거래절벽 속에 약속한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집 처분이 어려워지자, 처분기한을 조정해 최소한 당첨 취소라도 막아달라고 민원인들은 요구하고 있다.
현행 청약제도는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과 관련해 투기과열지구는 50%, 조정대상지역은 70%에 대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이 중 25%에 대해서는 기존 1주택자도 당첨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대신 이들은 공급받은 주택의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대다수 건설사는 당첨자가 처분 사실을 증명해야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으며,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분양을 취소한다.
한 민원인은 국토부 국민제안 게시판에 “기존 주택에서 상급 주택으로 갈아타기를 위해 분양받은 경우인데 주택 경기가 위축돼 (기존 주택)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입주할 수 없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기준에 맞춰 처분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1일 발표한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확대했는데, 청약제도도 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게 민원인의 시각이다.
잔여 물량을 놓고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무순위청약과 관련해선 ‘n차 청약’ 반복을 막을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바꿔달라는 건설업계의 민원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선 강북·도봉·관악구 등에 들어서는 일부 단지들이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고자 거듭 무순위청약에 나서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은 뒤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면 재차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청약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부담만 더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 제도상에선 무순위청약에서 한 번 미달이 나야만 사업 주체가 선착순 분양 등 임의 처분을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청약자들에게 “청약 자체를 신중하게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읍소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올 들어 주택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다양한 민원이 이어지는 만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중 어떤 내용을 손질할지 하반기 중 정리하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주택 처분 서약에 나선 1주택자의 경우 본인이 직접 집을 팔겠다고 약속한 데다 이로 인해 다른 이들의 당첨 기회가 사라진 만큼 개개인의 사정을 봐주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또 무순위청약도 모든 단지가 아닌 비인기지역,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린 단지 위주로 n차 청약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 상황을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1주택자는 당첨 후 기존 집을 처분하기까지 최소 2년간은 시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청약제도를 매번 바꿀 수 없는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