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피해 예방·지원·처벌 등 종합대책

내년 1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 출시

임대인 정보 제공도 의무화

4분기 중 최우선 변제금액도 상향조정

피해자에 긴급자금 대출 등 지원 강화

‘전세사기 나쁜 집주인’ 앱으로 확인한다…전세피해 칼 빼든 국토부 [부동산360]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 피해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영경·유오상 기자] 앞으로 임차인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주택의 적정 전세·매매가 수준과 악성 임대인 명단 등을 미리 확인해 전세 피해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요구하면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동시에 범죄에 대한 단속·처벌은 더욱 강화된다.

정부는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427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르는 등 재산상 손실과 주거불안을 초래하는 전세 피해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악의적인 전세 사기도 급증함에 따라 예방·지원·처벌을 아우른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우선 정부는 전세 사기가 계약 주체 간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임차인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출시해 입주희망 주택의 적정 전세·매매가 수준과 악성 임대인 명단,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하면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계약 후에는 임차개시일 전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도 미납 국세·지방세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임차인이 담보 설정 순위와 상관없이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우선 변제금액 제도’와 관련해서는 올해 4분기 중 금액 상향을 추진한다. 현재 최우선 변제금액은 서울 5000만원, 과밀억제권역 4300만원, 광역시 2300만원, 그 외 지역 2000만원 등이다.

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개선한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도 그 효력이 당일이 아닌 ‘그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를 고려한 조치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도 주택담보대출 시 임대차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도록 하고,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전세보증금을 파악하도록 시중 주요 은행과 협의하기로 했다.

임차인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는 거래환경도 조성한다. HUG는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여부를 상시 점검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즉시 통보하게 된다. 공인중개사 등이 전세 사기 의심 매물을 발견해 지자체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주택 가격 산정 체계도 개선한다. 그간 신축 빌라 등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택의 경우 HUG 보증에 가입할 때 실제보다 집값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사협회의 추천제를 활용해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공시가 적용비율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춰 시세 끌어올리기를 방지한다.

정부는 이달 15일 주택 전세가율을 보다 구체적(전국 시군구, 수도권 읍면동)으로 공개하고, 보증 사고·경매 낙찰 현황정보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세 피해가 우려되는 지자체는 별도로 통보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는 연 1% 수준의 저리 긴급자금 대출 등 금융 서비스, 임시 거처 마련, 임대주택 입주, 법률 상담 안내 등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악의적인 전세 사기에 대해서는 단속·처벌을 강화한다. 전세 사기에 연루된 임대사업자에 대해선 사업자등록을 불허하고, 기존에 등록된 사업자는 등록 말소 처분에 나선다.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 등은 결격 사유 적용기간과 자격 취소 대상 행위를 확대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

정부는 이달 중 전세 피해 지원센터 개소와 국토교통부·경찰청 간 업무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시작으로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과제 대부분은 연내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까지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주거사다리 희망을 놓아주지는 못할망정 보증금을 빼앗아 가는 전세 사기 피해를 막고 끝까지 추적하고 처벌해서 전세 사기범죄를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나쁜 집주인’ 앱으로 확인한다…전세피해 칼 빼든 국토부 [부동산360]
연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