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호텔서 휠체어에 실려 실종
불법 대출 등 혐의로 조사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2017년 홍콩에서 실종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중국 재벌이 상하이에서 형사 재판을 받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재계의 거물이었던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의 근황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1990년 베이징대를 졸업한 샤오 회장은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을 롤모델로 삼고 부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금융업이 급성장하기 이전에 은행과 증권, 보험회사에 집중 투자를 했고, 이후 부동산과 농업 등 다른 분야로도 사업을 넓혀나갔다.
다만 샤오 회장의 성공 배후에는 중국 공산당의 혁명원로 자제 그룹인 ‘태자당’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 시민권과 홍콩 영주권을 획득한 그는 지난 2017년 1월 정체불명의 남자들과 함께 홍콩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사라졌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샤오 회장이 숙소에서 머리를 침대시트 같은 천으로 덮은 채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나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 기관에 의한 납치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샤오 회장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밍톈그룹은 그가 외국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밝혔지만, 중국으로 송환 돼 뇌물·돈세탁·불법 대출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샤오 회장의 자산은 매각됐거나 압류됐고 그가 설립한 밍톈그룹도 사실상 와해했다.
WSJ은 샤오 회장이 무슨 혐의로 기소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법 대출 등의 혐의가 적용돼 유죄가 인정된다면 최소 5년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샤오 회장의 형인 샤오진화는 재판에 대해 “중국 정부와 중국 법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지난 5년간 조용히 기다렸다”며 “당국이 납득할만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 국적인 샤오 회장의 실종 당시 정보 수집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는 “샤오 회장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대면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