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구글은 애플, 삼성과 비슷해지고 싶어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동그란 본체에 매끈한 실리콘 손목줄, 삼성전자 갤럭시워치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하지만 사진 속 남자가 착용하고 있는 스마트워치는 삼성전자 제품이 아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픽셀워치’다.
구글이 모바일 기기 시장의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애플에 도전장을 던졌다. 구글은 그동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즉 모바일 기기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했다. 하드웨어 영역은 직접 개발하기보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사와 협력하는 방향이었다. 애플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최근에는 삼성과 ‘반(反) 애플’ 연합을 공고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하드웨어 사업 직접 진출에 진심이다. 스마트워치는 물론 포기했던 태블릿PC 사업까지 시도한다. 2016년 선보인 스마트폰 ‘픽셀’을 중심으로 한 구글만의 모바일 제품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것이다. 애플의 아이(i) 생태계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를 정조준했다.
11일(현지 시간) 구글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를 공개했다. 릭 오스터로 구글 장치·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은 “내부와 외부 모두 구글에 의해 만들어진 첫번째 제품”이라며 “(스마트폰) 픽셀7 시리즈와 함께 가을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픽셀워치는) 웨어OS의 뛰어남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자신감을 보이는 부분은 하드웨어(스마트워치)와 운영체제(웨어OS)의 통합이다. 픽셀워치를 통해 구글맵,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월렛 등 자체 제작 앱을 구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구글 홈’ 지원을 통해, 스마트워치로 공간의 조명·온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곤란한건 삼성전자다. 갤럭시워치와 동일한 ‘웨어OS’를 사용한다. 구글이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워치에 맞춰 개발한 OS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1년 갤럭시워치4 시리즈부터 자체 개발 타이젠OS 대신 ‘웨어OS’를 탑재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에 대항해 협력해왔지만,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에 의욕을 보이면서 경쟁자가 늘었다.
구글이 노리는 것은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확장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스마트폰 매출은)공급망 혼란에도 픽셀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며 “픽셀 폰, 픽셀 워치, 픽셀 버즈, 픽셀 태블릿 전반에 걸쳐 많은 유용한 하드웨어 경험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글은 무선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와 태블릿PC 신제품, 증강현실(AR) 글래스 컨셉 제품도 발표했다. 특히 태블릿PC는 2018년 ‘픽셀 슬레이트’ 이후 구글이 사실상 포기한 제품군이다. 구글은 2023년 새로운 태블릿PC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11일 기고문을 통해 “계속해서 삼성전자와 구글이 힘을 모아 제공할 웨어 OS 기능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며 양사의 지속적 협업을 시사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구글의 웨어러블 통합 이후 웨어OS 단말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