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올 들어서만 1600억원 규모 공급계약
EU의 현대重 합병 불허 영향 관측
‘최대 납품처’ 대우조선해양 비중 회복 전망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선박용 엔진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경쟁 관계인 HSD엔진이 올해에만 대우조선해양과 1600억원 이상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의 합병 성사 시 HSD엔진의 대우조선해양 물량이 점차 줄 것으로 관측됐지만, 잇따라 계약을 성사시키며 HSD엔진이 존재감을 지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불허로 대우조선해양 매각 최종 무산이 HSD엔진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HSD엔진은 지난 18일 433억원 규모의 선박용 엔진을 대우조선해양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528억원 규모의 엔진 납품 계약 공시를 한지 닷새 만이다. HSD엔진은 지난 1월에도 683억원 상당의 엔진 계약을 대우조선해양과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양사가 올 들어서만 총 1644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서에 사인을 한 상태다.
HSD엔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중 대우조선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다. 삼성중공업(25.4%), 중국 최대 민영조선소 장수뉴양지(15.3%)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그러나 이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비, 매출 다변화 노력에 따른 것으로 과거부터 HSD의 최대 납품처는 대우조선해양이다. 2021년에는 대우조선해양 비중이 33.6%로 가장 높았고, 2020년에는 42.3%로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엔진기계사업부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선박용 엔진 뿐 아니라 디젤발전설비, 펌프, 유체기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부에서만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의 18%에 해당되는 1조5000억원 가량이 발생됐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시 HSD엔진 제품을 점진적으로 자사 엔진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것이다.
HSD엔진(창원 소재)은 저속엔진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2위(약 20%) 기업이다. 1983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의 전신) 엔진사업으로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1999년 한국중공업 분리 과정에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 엔진 부문을 모아 HSD(한국·삼성·대우의 영문 앞글자)엔진으로 변신했다. 이후 2005년 두산엔진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11년 국내증시에 상장됐다. 그러다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18년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다시 기업명이 HSD엔진으로 변경됐으며, 지난해에는 선박엔진 부품업체인 인화정공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HSD엔진은 지난해 약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 가량 감소한 규모로 조선업황 부진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율 확대,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충당금 반영 등으로 영업 손실 38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체 수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올해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HSD엔진은 이중연료(DF·Dual Fuel)엔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DF엔진은 선박유와 가스를 번갈아가며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가리킨다. 자동차로 말하면 기름과 전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인 셈인데, 가스가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의 중간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DF엔진 수요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HSD엔진이 제조하는 선박엔진 중 DF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5%까지 올라온 상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NG DF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엔진회사는 HSD엔진과 현대중공업 밖에 없다”며 “DF의 확대는 매출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고, 기존 엔진 대비 이익률도 3~5%포인트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