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중국에서 지난해 알몸의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엔 절임식품을 만드는 작업자들이 식재료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비위생적인 생산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관영 중앙(CC)TV는 지난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3·15 완후이(晩會)’라는 고발 프로그램에서 후난성의 한 쏸차이(酸菜) 제조공장의 비위생적인 제조 환경을 폭로했다.
쏸차이는 중국 절임식품의 하나로 갓이나 배추를 소금 등 양념과 향신료를 이용해 절인 뒤 발효시키는 식품으로, 중국인이 즐겨 먹는 식자재다. 쏸차이 컵라면 등은 중국 전역에서 팔리며, 해외로도 수출된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작업자들이 슬리퍼를 신거나 맨발인 채로 ‘구덩이’에 들어가 절임배추를 밟고, 작업 도중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다 피운 담배꽁초를 절임배추 더미 속에 버리는 등 비위생적인 모습이 담겼다. 포장하기 전 쏸차이를 비닐봉지나 포대에 담아 방치하거나 일부를 더러운 바닥에 그대로 쌓아둔 모습도 나왔다.
CCTV는 이 업체 외에도 제조 환경이 비슷한 다른 쏸차이 제조 업체 3곳의 생산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업체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쏸촤이를 중국 유명 식품 브랜드인 캉스푸(康師傅)를 비롯해 주요 식품 기업과 상하이, 후베이, 쓰촨 등 전국 식품 유통회사에 납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관계자는 “규격화한 절임 작업장이 있어 그곳에서 생산되는 쏸차이는 불순물이 거의 없지만, 모두 수출용 제품”이라며 “제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쏸차이는 불순물이 섞일 수 있지만, 발각이 되도 1000∼2000위안(19만∼38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면 된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캉스푸 측은 방송 이후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된 업체와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하고, 문제가 된 쏸차이가 사용된 제품을 모두 봉인했다”면서 “식품 관리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점에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중국 누리꾼들은 방송이 보도된 이후 “어제도 쏸차이 컵라면을 먹었는데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온다”, “언제까지 식품 위생을 걱정해야 하느냐”며 공분하고 있다.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해 3월 알몸의 남성이 구덩이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고, 포크레인으로 배추를 운반하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절임 배추를 제조하는 영상이 공개돼 ‘알몸 배추’ 파문이 일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중국 배추 불매 운동이 벌어지자 식약처는 “수출용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