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와 무관한 민간인 무차별적 피해 우려
러 진공폭탄·집속탄…우크라 백린탄 의혹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민간인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진공폭탄과 집속탄, 백린탄 등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공분을 키우고 있다.
아직 이 같은 무기들이 실제 사용됐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층 더 추악한 전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먼저 옥사다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진공폭탄을 주거지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열압폭탄(Thermobaric Bomb) 또는 기화폭탄(Fuel-Air Explosive)으로도 불리는 진공폭탄은 대량살상무기(WMD)로 ‘악마의 무기’라는 별명을 달고 있다.
폭발력으로 피해를 입히는 일반 포탄과 달리 화염과 폭발압력을 극대화해 포탄이 터지는 순간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고 고온의 화염과 높은 압력을 발산한다.
상대 병력은 물론 전투와 무관한 민간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전쟁시 적용되는 국제법인 제네바 협약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진공폭탄 발사가 가능한 다연장로켓 TOS-1이 다수 목격된 상태다.
러시아는 과거 체첸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진공폭탄을 사용한 전례도 있다.
러시아는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해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집속탄 사용 의혹도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러시아의 집속탄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상태다.
집속탄은 하나의 모탄(母彈)이 터지는 순간 수백개의 자탄(子彈)이 분리돼 넓은 지역의 인명과 시설을 파괴한다.
특히 일부 폭발하지 않은 자탄은 지뢰처럼 지상에 남아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히곤 해 대표적인 반인도주의적 무기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2007년 오슬로 선언을 통해 집속탄 사용·제조·보유를 금지했고, 유엔은 2010년 집속탄 금지협약을 발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엔의 집속탄 사용 금지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상대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인화성 물질인 백린(白燐)을 원료로 하는 백린탄은 소화가 매우 어려우며 인체에 닿을 경우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연기 흡입만으로도 심각한 호흡기 손상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네바 협약은 백린탄을 조명탄·연막탄 이외 용도와 민간인 대상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