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회 현안보고서 ‘화성-15형’ 공식화
“실패 목격한 평양주민 유언비어 차단 의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방부는 29일 북한이 지난 2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북한이 주장한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으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가진 북한 ICBM 긴급 현안보고에서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상승가속도와 연소·단분리 시간 등 고유의 비행특성을 갖고 있다”며 “24일 발사된 발사체는 지난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보다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이 증가해 화성-17형처럼 보이지만 탐지된 비행특성을 정밀분석한 결과 화성-17형보다는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먼저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 영상의 그림자 방향을 분석한 결과 오전 8~10시의 그림자(서쪽)가 실제 발사시간인 오후 2시 33분(북동쪽)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4일 발사 당일 발사시간대 순안은 대부분 구름으로 덮여 있었지만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명 영상에선 청명한 날씨였다고 짚었다.
국방부는 또 화성-17형은 백두사 계열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해 엔진 1개인 화성-14형이나 엔진 2개인 화성-15형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16일 발사 실패 이후 8일 만에 재발사에 나서기까지 실패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미국도 각종 한미 공조회의 등을 통해 한국의 이 같은 분석 기법과 평가에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미 측도 상세분석을 진행중이라며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결국 북한은 화성-15형을 쏘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세 차례 시험발사했을 때 찍은 화성-17형 사진을 편집해 김 위원장까지 등장시켜가며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이나 뮤직비디오처럼 꾸민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ICBM 시험발사 이틀 뒤인 26일 1면에 게재한 정론에서도 “화성포-17형이 도달한 높이는 우리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의 높이, 명예의 높이”라며 화성-17형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북한이 화성-15형을 쏘아 올리고도 화성-17형으로 기만한 의도에 대해서는 대내·대내적 측면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메시지’ 전달이 필요했다”며 “2017년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비행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미와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변함으로써 군사강국 지위 확보 및 협상력을 제고할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대외적 측면보다는 대내적 고려사항이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다만 “제원과 특성을 고려할 때 ICBM급으로 판단한다”며 “북한의 신형 ICBM 발표 관련 한미 공조 아래 세부내용을 분석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24일 오후 2시 33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ICBM을 1분 뒤 그린파인레이더와 이지스함 등 한미 연합자산을 운용해 포착했다.
북한의 ICBM은 거리 약 1080㎞, 최대고도 약 6200㎞ 이상으로 날아갔으며 일본 연안으로부터 약 150㎞ 떨어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상발사시 사거리는 1만3000㎞ 이상으로 판단됐는데 이는 평양에서 1만1000㎞가량 떨어진 워싱턴과 뉴욕 등 미 전역을 사정권에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