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한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애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중동 해외 순방(15~22일)이 끝나는 이번주 중으로 신년 기자회견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등의 확산세로 그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회견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 신년 회견은 한 해의 국정운영 구상을 알리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가장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의 장이다. 코로나 상황이 아무리 엄중하다고 하나 결코 외면하거나 회피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오미크론 국면이 심각할수록 이런 자리를 통해 국민에게 협조를 당부한다면 방역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방역 문제로 대면 회견이 어렵다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회견도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게다가 오미크론 확산은 충분히 예견돼 있었다. 그런데도 해외 순방은 다녀오면서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 걱정이 됐다면 순방 길에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국민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듣고 싶은 현안은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당장 연초부터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과 대처 방안을 듣고 싶다. 더욱이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하고 있지 않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들어야 할 것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사퇴 논란에 대한 입장이다. 대통령이 특정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를 무리하게 연장하려다 전 직원의 반발을 초래한 것은 60년 선관위 역사상 처음이다. 대통령이 대선의 중립 의무를 저버린 건 아닌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백번 양보해 지금의 사정이 좋지 않다면 잠시 미루었다가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청와대는 차기 대선 공식 선거일이 다음달 15일부터 시작되니 사실상 연기도 어렵다고 하나 이 역시 핑계일 뿐이다. 설 연휴가 끝나도 공식 선거일까지는 열흘가량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사이 회견을 가지면 정치적 중립 논란도 피할 수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석 달 남짓에 불과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정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3일 신년사 등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신년 기자회견 취소는 그래서 더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