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 ‘1.3’
‘활발하다’ 응답자 한명도 없어
매매거래량 2019년 3월 이래 최저
“서울 아파트값 하락 가능성은 낮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실종됐다. 단기간 시세가 많이 오른 데다 대출규제 강화, 세금 부담 증가,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매수세가 많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1.3으로 지난 2019년 3월 둘째주(1.0) 이후 137주 내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를 상대로 거래가 ‘활발’한지 ‘한산’한지 물어 작성하는 것으로 0~200 범위에서 100 보다 낮을수록 그만큼 ‘한산’하다는 답변이 많다는 의미다. 조사에 따르면 ‘활발’하다고 답변한 중개업자는 단 한명도 없었고, ‘한산’하다는 답변만 98.7%나 됐다.
서울에서도 강북의 매매거래지수가 1.0으로 강남(1.5) 보다 더 한산했다. 강북 매매거래지수는 2019년 2월 둘째주(1.0)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실제 거래량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308건으로 지난 2019년 3월(2282건)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11월도 현재(12월9일 기준)까지 신고된 기준 1029건으로 10월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아파트 거래는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11월 거래량은 이달 말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문재인 정부에서 거래 침체가 가장 심각했던 2019년 상반기와 비슷하다고 본다.
2019년 상반기는 2018년 9월 발표한 9.13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던 시기다. 9.13대책은 1주택자를 포함한 유주택자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시키고,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는 등 역대급 고강도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거래가 급감하면서 아파트 시세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시세조사 기준 2018년 12월 마지막주(-0.01%) 하락세로 돌아서 2019년 6월 둘째주(-0.01%)까지 23주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로 집을 시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은행들이 정부가 정한 총량한도에 묶여 1주택 실수요자에게도 쉽게 대출하지 못한다. 최근 현실화한 종부세 등 세금 부담 증가도 당장 주택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거래가 줄면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서울 아파트값이 아직 상승세이긴 하지만 오름폭이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9월 첫째주 0.45%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은 후, 상승폭이 매주 조금씩 줄어 이달 첫째주 0.1%까지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이번엔 집값이 하락세로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본적으로 수급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입주물량이 5만7000가구 규모로 역대급으로 많았던 2019년과 달리 내년엔 1만2000여가구 수준으로 급감한다. 새 아파트 공급이 빠르게 줄어드는데, 대통령선거, 재건축 재개발 호재, 물가상승 압박 등 집값을 자극할 요인은 많다. 8월 이후 본격화할 전셋값 상승 우려도 집값을 끌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 규제로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집값 하락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