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2배 뛴 곳도…갱신-신규 이중가격 현상
같은 지역·같은 평형 전세 갈아타기 사실상 불가능
내년 전세대출도 DSR 규제 포함될까 전전긍긍
소득없는 은퇴자, “대출이자 감당 안돼…임대주택 알아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임대차 갱신율이 임대차3법 시행 전 57.2%에서 시행 후 77.7%가 됐다. 임차인 평균 거주 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 주거 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됐다. 갱신계약 중 76.5%가 인상률 5% 이하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7월 임대차3법 도입 1주년을 맞아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언급한 말이다.
이는 임대차법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애써 현실을 외면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2020년 7월 임대차법 도입 이후 계약갱신이 된 집과 신규계약한 집과의 전세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져 아파트 전셋값 이중가격 현상이 임대차 시장에 빈번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 7월은 계약갱신권을 썼던 임차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와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 운좋게 5% 한도 내에서 금액을 올려 재계약할 수 있었어도 갱신권은 단 한번 뿐이다. 홍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평균 거주기간이 2~3년에서 4~5년으로 늘어났을 뿐, 내 집이 아닌 이상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사를 해야 한다.
다시 집을 알아보려고 하면 이번엔 5%가 아닌 100%가 넘게 올라버린 전셋값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같은 동네, 같은 평형의 집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전세대출제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 만큼 더욱 자금 여력이 떨어지게 됐다.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보증금 5억여원에 살고 있던 A씨는 내년 여름 갱신권을 쓴 계약이 만료돼 퇴거가 예정됐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같은 평형 전세가는 9억원을 넘어섰고, 호가는 10억원에 이른다.
A씨는 “쾌적한 신도시에 살다가 다시 구도심 쪽으로 가야 하나 연일 고민 중”이라면서 “이미 신용대출을 최대한으로 쓰고 있어 자금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전세대출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에서 빠졌지만 내년에 다시 포함되면 그때는 더 큰일”이라면서 “지역뿐만 아니라 평형까지 전부 눈을 낮출 수 밖에 없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삶의 질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싼 지역에서 매매를 택한 경우도 있다. 지하철 신분당선 성복역 근처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던 B씨는 올해 초 일찌감치 전세계약 갱신을 포기했다. 현금 약 3억원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인천 청라신도시의 한 아파트를 매수했다.
B씨는 “집주인이 직접 들어오겠다고 말할 눈치라 밀려날 것이 뻔했다”면서 “아이 키우기에 적당한 신도시를 알아보다 가격에 맞춰서 집을 샀다”고 밝혔다. 직장이 영등포구청역 부근인 그는 출퇴근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더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은퇴자 C씨는 치솟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과 늘어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임대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이다. C씨는 “노후준비가 충분히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했다”면서 “매달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선 주거비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결론이 섰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내년 7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이 대거 신규계약으로 전환되는데 이들 매물은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3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주택 대기수요가 전월세시장에 머물러 있게 된다는 점도 있다.
2년의 시한부 주거안정이 끝나는 내년 7월, 정부가 어떤 평가를 내놓을 지 궁금하다. ‘4년동안 잘 살았으면 충분하다’는 말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