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내 몸과 지구 살리는 ‘절식’

프랑스의 법률가·정치가이자 미식평론가였던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을 200여년이 지난 현재에 적용해본다면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떻게 지구를 살리는지 말해주겠다”가 될 것 같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세계 곳곳에서 산불과 가뭄·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배출량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이언스지에 실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영향 감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6%에 이른다. 산술적으로 보면 먹거리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4분의 1 이상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환경뿐 아니라 건강 면에서도 먹거리의 책임은 막중하다. 과거 인류는 굶주림과 싸워야 했고 영양실조도 흔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음식물이 남아도는 시대가 도래했다. 영양은 충분하다 못해 과잉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일명 ‘부자병’이라 불리는 성인병 환자가 늘어나면서 인류는 과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음식과 건강의 불균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남성의 1일 단백질 권장섭취량은 60~65g, 여성은 50~55g 수준이다. 개인차가 있겠으나 평균적으로 체중 1kg당 약 1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된다. 즉 몸무게가 60kg이라면 단백질 60g이 권장섭취량이다. 단백질은 모자라서도 안 되지만 과하게 섭취해도 안 된다. 단백질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혈중 요산 수치가 올라가 통풍이나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의 발병위험이 커진다.

필자는 2002년부터 ‘절주(節酒)운동’을 펼친 바 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 감소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 술을 건강에 해롭지 않게 적당히 마시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갖추자는 운동이다. 음식도 다르지 않다. 건강을 위해 적당히 먹고 공동체를 위해 올바른 식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는 ‘절식(節食)운동’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절식이란 음식을 절제하여 먹거나 간소하게 먹는다는 뜻이다. 음식을 먹지 않는 단식이나 금식과는 다른 개념이다. 끼니마다 간소하게 식사하면 영양 과잉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남아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33억t에 달한다. 넘쳐서 낭비되는 먹거리에서 발생하는 탄소만 줄여도 기후위기의 위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최근 저탄소 식생활문화 확산을 위한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 선포식을 했다. 먹거리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국민 식생활 개선 캠페인이다. 생산 단계에서는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산물 생산을, 유통 과정에서 로컬푸드 식단 구성을, 그리고 소비 단계에서는 잔반 없는 식사를 통해 먹거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생산과 유통 단계도 중요하지만 소비 단계의 ‘잔반 제로’야말로 국민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실천할 수 있는 탄소 감축 노력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걸음이 바로 절제되고 간소화된 ‘절식’이다. 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절식을 오늘부터 실천해보자.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우리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