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서 최고 기록 갈아치워
‘지금 아니면 못 사’ 조급함도 커져
전국 집값도 10년여 만에 최고 상승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팔겠다’는 사람보다 많은, 역대급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졌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국 집값도 10년여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23.9로,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공급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어 커질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서울(127.5)·경기(133.1)·인천(129.5)을 포함한 수도권(130.9)과 지방(117.6)에서 모두 역대 최고치가 나왔다. 일부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단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돈 줄 조이기’ 속에서도 매수심리는 더 강해진 모습이다.
서울에선 5개 권역 중 동북권이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한 134.6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동북권은 최근 매수세가 몰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을 포함한다. 역대 최고치까지는 아니지만 도심권(115.9→120.3), 서북권(111.5→117.8), 서남권(121.8→124.9 ), 동남권(127.0→127.3) 등 4개 권역에서도 모두 전달보다 지수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집값 상승세에 ‘지금이 아니면 못 산다’는 수요자의 조급함도 커진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심리적 조급증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30대는 ‘지금 아니면 영원히 집을 못 산다’는 걱정이 앞서고, 5~10년 뒤 집을 사도 될 수요층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집을 앞당겨 소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등으로 내 집 마련 수요층의 조급함은 더 커진 모양새”라면서 “수요층 사이에서는 다른 규제를 앞두고 ‘차라리 빨리 사버리자’는 매수심리도 강해졌다”고 봤다.
다만, 최근에는 거래 자체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수 감소세’보다는 ‘매도 감소세’가 더 두드러져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지고, 이에 따라 신고가도 속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수석연구원은 “매물 잠김으로 인해 특정 물건이 거래되고 나면 새로운 매물이 바로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매도자 우위 현상과 신고가 경신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집값은 고공행진했다. 지난달 전국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 가격은 0.96% 올라, 2011년 4월(1.14%) 이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값이 1.34% 올라 가장 많이 뛰었고, 연립과 단독이 각각 0.36%, 0.29% 상승했다.
서울(0.60→0.68%), 경기(1.52→1.68%), 인천(1.33→1.38%)을 포함하는 수도권(1.17→1.29%)과 지방(0.57→0.67%)의 집값 오름폭이 모두 커졌다. 수도권은 2008년 6월(1.80%) 이후 13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