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인 전세금반환대출
작년~올해 세 낀 집 사둔 실수요자들, 세입자에 속속 퇴거 요청
“대출받아 보증금 빼주려 했는데…최근 은행 행보에 불안 커져”
“세입자 계좌로 바로 보내주는 돈, 투기 예방한다며 규제 말아야”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올 초에 서울에 세 끼고 구축 아파트 한 채를 매수했습니다. 내년 4월에 세입자 전세 만기라 퇴거시키고 제가 실거주를 들어가려는데요. 전세퇴거자금이 안 나올까 걱정이 큽니다. 아내가 신용대출을 받아 놓은 것이 있는데 혹시 이게 또 금액 한도에 걸릴까 싶습니다.”(서울 거주 맞벌이 부부 A씨)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주택 매수 행렬의 후행으로 집주인의 ‘퇴거 통보’가 늘어나고 있다.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매물이 부족하자 세 낀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사뒀던 매수자들이 세입자 전세만기에 맞춰 전세자금반환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금반환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의 범주로 들어간다.
내 집에 들어가는 계획이 틀어질까 걱정되는 매수자들은 수시로 은행에 전화하고 비슷한 처지의 놓인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중 대출금리가 뒤따라 오르면서 자금 운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호소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세 낀 집을 사두고 실거주 계획을 세우고 있는 B씨는 “금리가 계속 오를 듯해 지금 고정이율로 반환대출을 받고 싶어서 은행에 문의해봤더니 만기 두어 달 전 즈음에 다시 문의하라고 하더라”면서 “요즘같은 때는 반 년 뒤 시장상황이 어떨 지 예측조차 되지 않아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세금반환대출은 주택가격의 일정부분과 전세보증금 중 더 적은 금액으로 받을 수 있다. 1주택자를 기준으로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대출이 주택가격의 40%까지만 나온다. 심지어 2019년 12월 16일 이후 매수한 주택이라면 주택가격이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A씨도 “어차피 세입자 계좌로 은행이 바로 보내는 돈인데 이런 돈이 투기에 사용될리 없지 않느냐”면서 “집값의 40%밖에 안 나오는데 이것마저 줄어들거나 막히면 내 집에 내가 못들어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에서 승인된 전세자금 대출의 98%는 실수요 대출로밖에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계약이 이뤄지면 바로 집주인 계좌로 대출액이 입금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전세보증금 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을 억누르면 자금마련이 시급한 실수요자는 신용대출로 우회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1년간 서울 주택 매수자의 15%가 신용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7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19만3974건 중 신용대출이 포함된 것은 2만 9978건(15.5%)으로 집계됐다. 평균 신용대출액은 1억489만원이었고 40%(1만1965명)는 1억원 이상을 빌렸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이자가 비싼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들면 가계는 부담이 더 커진다”면서 “갈수록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