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추가 공항 테러 경고
영·프 “카불에 안전지대 만들자”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미군 등 외국군과 조력자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9일 탈레반은 수도 카불공항 주변을 거의 봉쇄하고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추가 테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카불공항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영국군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공항에서 이륙하는 등 대다수 국가가 아프간 대피 작전을 속속 마무리했다.
영국 국방부는 전날 “영국군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을 떠났다”며 사진과 함께 트윗을 올렸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국가들은 27~28일 대부분 대피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아프간에 남은 자국민과 조력자에 대해 “모두 데려오지 못해 유감”이라며 대피 작전 종료 이후에도 육로를 통한 탈출 지원 등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카불에 유엔이 통제하는 ‘안전지대(safe zone)’를 조성하자며, 30일 예정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 영국과 함께 이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카불에 안전지대를 만들면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안전지대는 유엔이 비상시에 움직일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공항은 지난 26일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 사건 이후 현지인들의 접근이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이전에는 수송기 탑승 명단에 오른 현지인 조력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현지인이 공항 담벼락 주변에 장사진을 치고 “우리도 태워달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
하지만, 26일 카불공항 외곽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해 170명 이상이 숨지고, 1300명 이상이 다치자 탈레반은 공항 경계를 강화한다며 장갑차 등을 동원해 주변 접근을 차단했다.
공항 가는 길목에 검문소를 늘리고, 탈레반 대원들을 추가로 투입했다.
더구나, 카불공항 추가 테러 경고가 나온 상태다.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구체적이고 신뢰할만한 (테러) 위협이 있다”면서 “카불 공항 인근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공항을 떠나야 한다”고 경보령을 내렸다.
대사관은 특히 사우스(에어포트 서클) 게이트, 내무부 신청사, 공항 북서쪽에 있는 판지시르 주유소 근처 게이트에 테러 위협이 제기됐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 대원들이 공항 내부로 들어갔고, 미군이 떠나고 나면 평화롭게 공항 통제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전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는 탈레반 대변인 주장을 부인했다.
이달 15일 탈레반이 20년만에 아프간의 정권을 다시 잡은 뒤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카불공항 내부, 탈레반이 카불공항 외부 통제권을 가졌다.
즉시 아프간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공항이 곧 막히게 되자 현지인들은 육로를 통해 국경 지역에 몰리고 있다.
아프간은 이란,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육로를 이용해 파키스탄, 이란 등으로 탈출하는 방법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지만, 탈레반이 주요 길목을 통제하고 있고 무역상이나 여행허가증을 가진 이들이 아니면 국경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변국들은 이미 아프간 난민이 넘치기에 추가 난민 유입에 난색을 보인다.
파키스탄 당국은 최근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 아프간과 연결되는 주요 검문소의 경계와 신원 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다.
아프간과 900㎞ 길이의 국경을 접한 이란도 접경지역 경비를 강화하고,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는 난민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