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갤럭시 중고폰 보상 가격은 아이폰의 반값 입니다.”
애플이 삼성으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품기 위해 중고 스마트폰 보상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헐값’을 매기고 있다. 시세 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이다. 1년 된 143만원짜리 갤럭시S20+ 보상판매 가격이 정가의 20%수준인 최고 28만원에 불과하다. 이것도 최상급 제품의 보상 가격이다.
3일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제품 외에 일부 안드로이트 기반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중고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와 구글의 픽셀, LG전자 일부 스마트폰이 매입 대상이다. 기존에는 삼성 갤럭시와 구글 픽셀에 대해서만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LG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계획을 밝히면서 최근 LG 스마트폰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애플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눈에 띄는 점은 가격이다. 애플은 지난해 2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S20+와 갤럭시S20 매입 가격으로 약 28만4000원(250달러), 26만7000원(235달러)를 각각 제시했다. 미국 출시 당시 각 제품의 출고가는 128GB 용량을 기준으로 약 143만원(1199달러), 119만원(999달러)였다. 출시된 지 1년 반도 채 되지 않은 제품을 정가보다 80%가량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LG 스마트폰에 매긴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출시된 LG V60 씽큐에 매겨진 중고 매입가격은 약 20만5000원(180달러)다. 미국 출고가 약 87만5000원(770달러)의 4분의1 수준이다.
그렇다면 자사 제품인 아이폰의 중고 가격은 어떨까. 지난 2019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1프로와 아이폰11에 각각 56만8000원(500달러), 44만3000원(390달러)을 제시하고 있다. 두 제품의 출고가는 64GB 용량을 기준으로 각각 113만5000원(999달러), 79만4000원(699달러)였다. 삼성 갤럭시S20 시리즈보다 5개월가량 먼저 출시된 제품이지만, 오히려 할인율은 50%도 안 된다.
1년 5개월 전 출시된 119만원짜리 삼성 스마트폰의 중고가가 1년 9개월 전 출시된 113만원짜리 아이폰 중고가의 절반에 그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아이폰은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비교해 감가상각이 적다. 회사가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기간이 애플은 6년 이상인 반면 삼성 등은 최대 3년에 그치기 때문이다. 애플은 기기와 운영체제(OS) 개발을 도맡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과정에 있어 수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과 최신 스마트폰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운영체제만 구글이 개발하고 기기별 업데이트는 기본적으로 제조사 역할이기 때문에, 제품별로 업데이트를 지원하기에는 인력과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제품의 수명이 2~3년으로 짧게 인식되는 이유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애플이 책정한 갤럭시 중고가는 시세보다 크게 낮다는 지적이다. 중고 스마트폰 무인매입기 등을 운영하는 ‘민팃’에 따르면, 갤럭시S20+ 제품의 중고 매입가격은 제품 상태가 최상(S등급)일 경우 46만1000원으로 평가된다. 애플이 평가한 가격(28만4000원)보다 20만원가량 높다. 반면 애플 아이폰11은 S등급 기준 시세가 47만1000원이다. 애플이 제시한 44만3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