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소프트웨어로 공간 경험을 혁신하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직방’ 창업자인 안성우(43) 대표가 올해 서비스 10년차를 맞아 밝힌 포부다. 회계사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발품을 팔던 기억을 떠올려 직방을 창업했다는 안 대표. 지난 10년간 직방이 부동산거래에 도움을 주는 국내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아예 직방 플랫폼 안에서 거래가 시작하고 끝나도록 진화하는 과정이다.
직방은 대표적인 ‘예비 유니콘’으로 꼽힌다. 안 대표의 새로운 10년 계획이 투자자까지 설득시킬 수 있다면 이르면 올해 1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안 대표 역시 ‘2000억원 자산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창업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직방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경영 최전선에서 뛰는 창업자 안 대표다. 서울대 통계학과 출신인 안 대표는 병역특례로 마리텔레콤, 엔씨소프트에 들어가 개발과 기획업무를 맡으며 스타트업 창업의 꿈을 키웠다. 철저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교로 돌아가 회계사시험에 임했고, 삼일회계법인과 미국계 창투사 블루런벤처스 심사역을 거치며 창업자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2010년 채널브리즈를 창업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개인 간 거래를 도와주는 일종의 소셜커머스 서비스 ‘포스트딜’을 선보였으나 끝내 거래금액을 키우지 못하고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러던 중 2011년 개교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창업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의 모든 과정을 지원해주는 곳이었다. 이때 직방의 사업 방향을 가다듬었고, 2012년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방 서비스를 내놨다.
중개업소로부터 매물 광고비를 받기에 앞서 직방은 창업 이듬해인 2013년 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유료화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았지만 다행히 1000여곳의 회원 중개업소가 유료화에도 광고를 내며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음을 증명했다. 결국 투자금은 2014년 60억원, 2015년 590억원, 2019년 120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가장 최근의 투자 유치 당시 직방이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 규모다.
예상 못한 신사업을 내놨다
사실 직방의 매출은 2015년 121억원에서 2018년 415억원까지 4배 가까이 늘어난 이후 3년 연속 400억원대로 정체돼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한정적인 국내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광고료를 받는 사업구조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직방이 업계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온택트 파트너스’라는 이름으로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직방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를 만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까지 직방 플랫폼은 일종의 광고판이었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내는 광고료가 매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새로 선보일 ‘온택트 파트너스’는 기존보다 중개업계와의 접점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중개인들을 직방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인 뒤 ▷교육과 매물 검증 등으로 이용자 입장에서 느낄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매출을 내도록 해 ▷중개수수료 중 절반을 ‘플랫폼 사용료’의 개념으로 거둬들이는 구조다.
“기술 기반의 부동산? 나야 나”
‘온택트 파트너스’는 안 대표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10년 청사진의 핵심이다. 안 대표는 “부동산 분야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종합 프롭테크(proptech)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온택트 파트너스’에는 직방의 프롭테크 역량이 총집결됐다.
중개인들을 직방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려면 “중개수수료의 절반만큼을 플랫폼에 내더라도 결국은 남는 장사일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직접 부동산사무소를 찾아가는 대신, 직방의 파트너 중개인을 온라인으로 찾는 고객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직방은 기술력으로 ‘온택트(비대면) 임장’을 현실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우선 건축물 대장, 등기부등본, 수치지형도, 지적도 등 데이터를 종합해 이용자에게 매물을 3차원 지도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밖에서 봤을 때 매물이 몇층에 있는지, 어느 도로를 향해 있는지, 해당 호수 앞을 다른 건물이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지까지 확인 가능하다. 실제 해당 매물의 거실에서 느낄 조망과 시간대별 일조량까지 구현했다. 직방 파트너 중개인은 이 같은 매물정보를 고객과의 화상상담 과정에서 컴퓨터 화면에 띄워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유니콘이 눈앞에 있다
‘온택트 파트너스’는 그간 부동산앱을 포함해 네이버 등 거대 포털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사업이다. 중개수수료의 절반에 달하는 플랫폼 이용료에 부담을 느낄 중개업자들이 적지 않겠지만 상생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직방은 매출의 기반을 부동산광고시장에서 부동산거래시장 전체로 넓힐 수 있게 된다.
현재 투자은행(IB) 및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는 직방이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방 플랫폼 안에서 새로 창업하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첫해 50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사업 초기 막대한 비용이 예고된 상황이기도 하다.
직방의 최대주주는 20%에 다소 못 미치는 지분을 갖고 있는 안 대표다. 추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될 수는 있겠지만 만약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안 대표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