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모텔 종업원에서 초대박 주인공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야놀자를 만든 이수진 총괄대표다, 현재 장외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무려 8조8000억원. 주식 가치를 본 이수진 대표의 재산만 수조원대에 달한다.
종합 여가 플랫폼 야놀자의 ‘몸값’이 최근 1년 10배 넘게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그저 모텔 중개 앱 아니냐’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진 결과다.
올해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 신화’에 일조한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소문이 스타트업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야놀자 몸값, 1년 만에 1000% 상승
4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따르면, 야놀자의 장외 주가는 10만1400원이다. 1년 전 소규모 벤처캐피탈(VC) 사이에서 이뤄진 야놀자 주식거래(공동구매, 클럽딜) 가격이 약 1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전에 야놀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현재 1000% 이상의 수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큰 손’ 투자자들은 이미 그전부터 야놀자의 성장성을 높게 점쳐 왔다. 야놀자는 지난 2019년 6월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으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 2128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약 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국내 7호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장외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약 8조8000억원. 야놀자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와 특수관계인으로, 지난 2019년 말 기준 지분율은 41.6%에 달한다. 상장에 앞서 추가로 투자를 받고 새로 주식을 발행하면 이 지분율이 다소 줄어들겠으나, ‘흙수저’ 출신으로 회사를 일으켜 수조원대 자산가로 성공하는 사례가 또 한 번 탄생할 전망이다.
두 번 파산한 ‘모텔직원’
이수진 총괄대표의 가정 형편은 5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 그는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고도 여전히 가난한 자신을 돌아보며 부자가 돼야겠단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산업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던 시절 모았던 돈 4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가진 것을 모두 날린 그는 다시 돈을 모아야 했고, 숙식 등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다. 이 대표가 모텔서 청소원 일을 시작한 계기다.
받은 급여 대부분을 대부분 저축해 월 최대 250만원씩 모아나갔다. 청소가 익숙해지고 경험이 쌓이자 프론트 업무와 주차까지 도맡았고, 월 300만원을 벌었다. 그렇게 2년간 모은 돈으로 이 대표는 샐러드 가게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도전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또 한 번 모든 것을 잃은 뒤, 이 대표는 다시 모텔로 돌아가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이때 지친 심신을 달래려 시작한 온라인 활동이 전화위복이 됐다.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만들고 본인이 모텔서 일하며 힘든 점, 느낌 점 등을 적어 올렸는데, 그것이 야놀자의 시작이었다. 다른 숙박업 종사자들도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 갔고, 숙박업자들이 카페에서 구인·구직을 시작했으며, 업계의 제품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카페가 ‘돈’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때부터 카페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모텔·호텔·펜션 등 숙박 시설을 비교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었고, 기타 부동산 정보·모텔 컨설팅에도 손을 대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2005년 3월의 일이었다. 당시 야놀자 직원은 13명에 불과했다.
16년 뒤인 현재, 야놀자 본사와 계열사의 임직원 수는 1000명을 훌쩍 웃돈다. 구글플레이 기준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국내 최초의 여행앱으로, 명실상부한 업계 1위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한 달에 한 번 이상 야놀자 앱을 이용하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4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 증시 상장, 또 다른 변곡점
올해 야놀자는 또 한번의 중요한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 그간 강조해 온 해외 진출을 성공시키고, 또 한 번의 성장 동력을 입증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일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11월 미래에셋대우 등을 주관 증권사로 선정한 뒤 올해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펀드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놀자 측은 ‘투자 계획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상장 계획 자체는 변함 없으며, 국내와 해외 시장을 특정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야놀자는 코로나19로 여가 산업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1920억원의 매출(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직전 해 1335억원 대비 43.8% 성장한 규모다. 특히 1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영업손실 62억원에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클라우드 솔루션 확장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이와 관련한 해외부문 매출은 약 3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했다.
야놀자는 지난 2017년부터 호텔, 레저시설, 식당 등 여가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개발에 주력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 2위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기업인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야놀자의 클라우드 등 B2B(기업 간 거래) 거래액은 지난해 말 11조6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