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준 특수비행팀…소음피해·환경오염 논란도
공군 전투조종사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로 구성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화려한 배경음악 위로 8대의 전투기가 우렁찬 엔진소리와 하얀 연막을 뿌려가며 충남 천안 상공을 누빈다. 8대의 전투기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신 대형을 바꿔가며 시야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한다. 창공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축하비행을 실시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했다. 블랙이글스는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15분간 특수기동을 선보인데 이어 강원도 원주 기지로 복귀하기 전 천안시 상공을 약 300~600m 고도로 편대비행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을 위한 대국민 응원비행을 펼쳤다.
블랙이글스는 국산 초음속항공기 T-50B 8대로 팀을 구성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특수비행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공군 유일의 곡예비행팀이다. 대한민국 특수비행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1953년 국군의날 기념을 위해 4대의 F-51 무스탕 편대가 시범비행에 나선 것이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이어 1956년 훈련기 T-33A로 구성된 ‘쇼 플라이트’, 1959년 F-86 세이버를 주축으로 한 ‘블루 세이버’로 역사를 이어가다 1967년 초음속전투기 F-5A 특수비행팀을 꾸리면서 처음으로 ‘블랙이글스’의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1978~1993년, 그리고 2007~2008년에는 북한 위협 대비태세 집중과 기종 전환 등을 이유로 중단되기도 했다. 다시 T-50 기종 전환과 재창설을 거쳐 2009년 제239 특수비행대대로 승격한데 이어 2013년 제53특수비행전대 창설을 기점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53특수비행전대 창설과 함께 기존 분리돼 있던 조종사와 정비사들을 하나의 지휘체계상으로 묶기도 했다.
‘에어쇼’로 표현되는 특수비행은 한 국가의 국력과 국방력, 특히 공군력을 가장 화려하고 평화적으로 과시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블랙이글스는 대한민국 공군력과 국방력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국민 자긍심과 자부심을 고취하고, 해외 에어쇼 참가를 비롯한 국방외교를 통한 방산 수출 등 국익 증진을 임무로 하고 있다. 국산 초음속항공기 T-50 수출 과정에서도 홍보대사로서의 블랙이글스의 우회지원 역할이 작지 않았다. 또 공군 홍보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실제 공군 조종사들 가운데 어린 시절 블랙이글스의 곡예공연을 보고 조종사의 꿈을 키운 이들이 적지 않다.
특수비행팀이라는 명칭이 보여주듯 블랙이글스 조종사로 선발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800시간 이상 비행교육 과정 중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하는 것은 물론 전투조종사로서 상당 수준의 비행 경험을 갖춰야한다. 여기에 항공기 4대를 지휘할 수 있는 편대장 이상 자격 조건도 추가로 갖춰야한다. 이 같은 자격만으로 끝이 아니다. 특수비행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기존 팀원들과의 면접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블랙이글스 일원이 될 수 있다. 조종사뿐만 아니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정비사와 홍보팀 등도 우수한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블랙이글스가 해외 유수 에어쇼에서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배경이다.
다만 블랙이글스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곡예비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연막의 유해성 및 환경오염 논란과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 호소가 대표적이다. 국익 차원에서 블랙이글스의 장점을 지속 살려가면서도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보상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