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징병 촉구 국민청원 23만명 돌파

은성수 사퇴 청원도 12만명 넘어서

가상화폐·여성징병 모두 공정 관련돼

文 대통령 선거 후 첫 국무회의 ‘청년’ 강조

국회도 20대 등 청년 달래기 정책 봇물

“‘여성징병제’ ‘은성수 사퇴’를 요구합니다”…정치 흔드는 청년의 목소리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하는 시민들[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4·7 재보궐선거 민심을 좌우했던 20대가 선거 후에도 주요 이슈에 목소리를 내며 정책결정의 ‘키 플레이어’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징병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게시 일주일만에 23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도 10만명을 넘어섰다. 재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부동산 문제를 포함, 모두 20대가 민감해하는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과 관련된 이슈들이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주장이 담긴 국민청원은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23만 5000여명의 동의를 얻어내며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만족했다.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 글에 동의하는 사람도 게시 사흘만인 이날 오전 12만5000명을 넘어섰다. 은 위원장은 최근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며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상화페에 대한 규제와 징병 문제 모두 20대가 ‘기회’의 박탈로 받아들이는 이슈들이다. 조국사태를 거치며 드러난 ‘입시 불공정’에 대한 20대의 분노가 LH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여권을 심판하는 ‘표’로 이어졌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요 정책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몰표를 준 연령층은 20대 남성들이다. 여성군복무문제에서도 20대들의 찬성률이 가장 많다. T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3~24일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0명 을 대상으로 ‘성평등복무제’에 대해 물은 결과, 20대의 54.9%가 남성평등복무제에 찬성했다. 전 연령대 중 찬성률이 가장 놓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성징병과 가상화폐문제는 20대가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라며 “특히 가상화폐 문제의 경우, 사실여부와는 별도로, 남아 있는 ‘계층사다리’를 정부가 걷어차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20대들이 부동산, 취업 등에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상화폐 등을 통해 기회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40∼50대는 부동산 상승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 쉽게 돈을 불리고는 이제 20∼30대들이 기회조차 잡지 못하도록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대들의 분노가 선거 결과를 통해 드러나면서 정치권과 정부는 ‘청년’달래기에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방선거 패배 후 처음 열린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취업문제, 주거 문제 등을 언급하며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며, 기존의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군사 훈련을 받는 '남녀평등 복무제' 도입을 제안했으며, 같은 당 전용기 의원 역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승진 평가 때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