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백신 외교현안과 연계 속내

정부 전방위 노력에도 백신 확보 난항

내년 대선에도 마스크 못 벗나...갈수록 꼬이는 ‘백신 방정식’
정부와 청와대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글로벌 외교와 통상 등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수급 위기에 처했다. 내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백신이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백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백신 생산국인 미국은 자국우선주선주의를 표방하며 백신을 외교현안과 연계시키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미 확보된 백신에 대해서도 안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내년 대선 전까지 집단면역이 이뤄지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을 해야하는 여권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참모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백신 확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신 수급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5월에 들어오기로 한 미국의 모더나 백신도 기약이 없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과관회의에서 “집단면역에 난관이 많다”며 백신 부족 문제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11월 집단 면역이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외교부가 검토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백신 스와프도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연설에서 “지금은 (다른 나라에) 백신을 줄 만큼 충분히 보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검토중이라고 언론에 공개한지 이틀만에 나온 발언이다.

이와함께 미국은 백신을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 등 외교현안과 연계 시키려는 의중을 노골화했다. 미국은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얀센·아스트라제네카(AZ) 등 5종류의 주요 백신 중 영국산인 AZ을 제외한 4종을 생산하는 국가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를 통해 쿼드 참여국과 함께 백신 제공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쿼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한국의 쿼드 참여를 압박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에서부터 코로나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중간 패권 경쟁에서 백신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정부가 백신문제를 ‘외교문제’로 접근한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백신 수급 문제는)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백신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특정 백신에 수요가 몰리고 있고, 이에 대한 수급 작업을 논의해온 순번으로 진행이 되다보니까 우리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국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투표장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백신 수급 문제로 집단면역이 늦어지면, K방역에 대한 평가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분노하게 되면, 이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병국·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