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분노한 민심에 편승한 승리” 진단
중도층 겨냥·野 단일화 성공·실수 최소화 ‘주효’
리더십 부재 ‘관건’…“윤석열 이야기만 나온다”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압도적인 승리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뒀지만, 부동산 정책실패와 내로남불에 분노한 민심에 편승한 승리일 뿐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라는 평가가 재보선 결과를 요약한다. 당장 국민의힘 내에서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자만하면 안된다”는 경계가 쏟아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13일 헤럴드경제가 복수의 정치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결국 거센 ‘정권심판론’이 ‘분노 투표’로 나타나면서 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는 해석이 압도적이었다. 서울은 18.32%포인트, 부산은 28.25%포인트에 달하는 득표율 격차, 높았던 총 투표율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권심판 바람을 탄 국민의힘이 그나마 잘한 점이라면 ▷지속적인 중도층 겨냥 ▷야권 단일화 성공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던 점 등이 꼽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결국 ‘분노한 민심’이란 말은 ‘분노한 중도층’이라는 얘기”라며 “전략과 인물이 모두 중도로 갔고, 끊임없이 중도층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찍을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준 것이 통했다”고 봤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 대통령 선거가 채 1년여도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선 모드’에 들어가는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과제에 대해 만장일치로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선장은 없고, 사공만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장 소장은 “제대로 된 판단력과 권위를 갖고 (당내 분란 등을) 정리할 수 있는 지도자급 인사가 없다”며 “이전엔 여러 반발에도 김종인 위원장이 뚝심 있게 밀어붙였으나, 지금 거론되는 당권주자들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도 국민의힘 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결국 권위있는 당대표도, 대선후보도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독립변수로서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민의힘은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두고 벌써부터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는 상태다. 당 안팎에서 자천타천 차기 당대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만 벌써 10여명을 넘어선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문제도 지지부진하다.
최 원장은 “국민의힘은 구심점이 없다보니 김 전 위원장이 나가자마자 흔들리고 있다. 구심점이 너무 세서 문제인 민주당과는 반대”라며 “지금으로서는 새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뽑힌다고 해도 구심점이 되긴 어렵다. 당을 이끌어나갈 중심세력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일단 당분간은 자강이냐 대통합이냐, 또 한편으로는 어떤 지도부가 선출될 것이냐의 문제가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사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통합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통합이란 것은 결국 선거 이전에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 다음 대선이 가까워져야 해결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