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도 과몰입하면 도박 중독과 유사한 증상
경제활동 할 수 없는 10대는 주식 중독에 취약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한 쉽고 재밌는 금융교육 필요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이모(18) 군은 최근 주식투자를 하다 55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초 주식투자 열풍이 일자 모아둔 용돈 75만원으로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종목을 샀던 이군은 상승장 속에서 투자금이 100만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재미를 느낀 이군은 하교 후 밤에도 투자할 수 있는 미국 주식투자를 시작해 시시각각 바뀌는 차트에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급등주 위주로 매매를 반복하다 투자금은 어느새 20만원으로 줄어든 이군은 자기처럼 주식에 빠진 학생이 한 반에 3~4명씩은 된다고 귀띔했다.
최근 주식이나 코인(가상화폐)투자에 뛰어드는 10대가 늘면서 투자가 마치 도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전문상담까지 받는 ‘투자 중독’ 사례로까지 번지며 10대 미성년 주식투자가 사회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투자로 상담을 받은 10대는 총 25명을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엔 단 한 건의 상담도 없었다. 황선영 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국내 주식 열풍이 일면서 10대도 주식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해 ‘투자 중독’을 호소하는 10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이나 코인도 과몰입하며 ‘도박 중독’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조언한다. 안상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홍보팀장은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거나 주변인에게 거짓말하거나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추격 매수하면 과몰입을 의심해야 한다"면서 "한 번 과몰입하면 혼자 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인에 비해 10대가 주식 중독에 취약하다는 점 또한 우려를 낳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교 교수는 "경제활동을 직접 할 수 없는 10대들은 주식으로 직접 돈을 벌면서 얻는 만족감과 쾌감이 높아 중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10대들이 사회적인 투자 열풍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수익 인증과 리딩방이 활개를 치면서 10대들이 주식을 투자보다는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늘어나는 미성년 주식투자 인구를 고려해 청소년기에 올바른 경제 관념과 금융이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기 금융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신제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은 "지금까지 경제교육은 너무 어려운 개념과 이론을 담아 학생에게 부담이 컸다"면서 "주식이나 코인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동영상과 게임을 활용해 쉽고 재밌는 금융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