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112.2%…역대 최고
수도권 낙찰가율도 109.2%로 가장 높아
‘매매시장보다 싸다’ 인식 확산
희소성 높아져…“고가낙찰 추세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경매7계, 아파트 가운데 감정가 4억4600만원인 서초구 서초동 ‘서초리시온’ 50㎡(이하 전용면적)만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 예정이었던 다른 3건은 경매가 취하되거나 일정이 변경됐다. 이 아파트는 이날 처음 경매에 나와 5억33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3%으로 높았다.
같은 날 의정부지법 경매15계에선 3채의 경매가 진행됐다. 모두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감정가 1억8500만원인 의정부시 신곡동 ‘한국아파트’ 50㎡엔 10명이나 입찰해 낙찰가가 2억3100만원까지 올라갔다. 낙찰가율은 125%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가 뜨겁다. 매매시장은 상승세가 꺾이는 모양새지만 매매시장보다 싸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는 법원 경매시장은 역대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등 과열 조짐마저 보인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12.2%로, 전달(99.9%) 대비 12.3%포인트 상승하면서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도 지난달 109.2%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100%를 넘었다.
경매시장에서 평균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경매 응찰자들이 감정가보다 입찰가를 높게 써서 낙찰받고 있다는 의미다. 평균 낙찰가율 100% 이상은 감정평가기관 감정가보다 더 비싸게 낙찰받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뜻이다.
강은 EH경매연구소장은 “경매시장에서 감정평가금액보다 비싸게 낙찰받더라도 매매시장에서 시세로 사는 것보다 싸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낙찰가율이 계속 높아진다”며 “경매는 ‘명도’ 처리 등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 요소까지 고려하면 최근 역대 최고가 낙찰가율 기록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면서 6개월 전에 감정평가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점도 응찰자들이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개별 단지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수도권 외곽 중저가 아파트의 인기가 높다.
지난달 29일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2억5000만원인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원흥아파트’ 84.9㎡는 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인천 지역에선 드물게 낙찰가율이 200%를 넘은 셈이다.
30일 경매에 부쳐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달빛마을1단지’ 84.9㎡는 낙찰가율 179%(감정가 3억7500만원, 낙찰가 6억7100만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장 응찰자가 많은 아파트는 경기도 평택에서 나왔다. 지난 3월 15일 경매가 진행된 평택시 이충동 ‘주공4단지’ 46.7㎡엔 응찰자가 무려 51명이나 몰렸다. 감정가 1억2700만원인 이 아파트는 2억1288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168%까지 올라갔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최근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은 줄어든 반면, 경매를 통해 매매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경매 참여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경매시장에서 주요 주택 물건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많은 수급 요인이 낙찰가율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매는 토지거래허가나 자금증빙 등 규제에서 기존 매매시장보다 조금 규제를 덜 받는 장점도 있다”며 “매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인 만큼 경매시장에 나올 아파트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이런 기조(고가 낙찰가율)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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