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고밀개발 용적률·수익률 당근 던졌지만…

LH가 주도하는데…신뢰도 저하→주민동의 문제로

지자체 추천으로 21곳 선정, 후보지선 “왜 우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대선 등 다양한 변수 남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2·4 대책에서 핵심 공급방안으로 제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이 21곳의 사업 후보지 선정으로 첫 단추를 뀄다. 정부는 4년 내 서울에 3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 용적률 완화, 수익률 제고 등 파격적인 당근책까지 꺼내 들었다. 사업 추진이 더디면 정책 신뢰성 훼손은 물론 시장 불안까지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성패는 주민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로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다 이달 서울시장 선거, 내년 대통령 선거 등으로 민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간신히 공공재개발 피했는데 날벼락”…도심고밀개발 LH·소유주 동의 ‘산넘어산’
국토교통부는 2·4 대책에 포함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금천구, 도봉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서울 4개 구 21곳을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후보지로 선정된 도봉구 창동 674 일대.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31일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사업 후보지로 서울 금천구 1곳, 도봉구 7곳, 영등포 4곳, 은평구 9곳 등을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 공급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 물량은 판교신도시 수준인 2만5000가구다.

이 사업은 LH 등 공공기관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의 땅을 확보해 고밀 개발하는 사업이다. 주민이 토지 소유권과 개발 전권을 넘기면, 공공기관이 모든 개발 과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다르다. 정부는 2·4 대책에서 서울에 공급할 32만가구 중 11만7000가구를 이 사업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 중 역세권은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도봉구 방학역 일대, 쌍문역 동편과 서편, 영등포 영등포역 인근, 은평구의 연신내역·녹번역 인근 및 새절역 서편과 동편 등이다.

준공업지역은 도봉구 창동 674일대와 창2동 주민센터 인근이다. 저층주거지역은 도봉구 쌍문1동 덕성여대 인근과 방학2동 방학초등학교 인근, 영등포구의 옛 신길2·4·15구역, 은평구의 녹번동 근린공원과 불광근린공원 인근, 옛 수색14구역, 불광동 329-32일대, 옛 증산4구역 등이다.

이들 지역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당근책도 동원됐다. 우선 용도지역 1~2단계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대폭 높인다. 국토부가 후보지 21곳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용적률은 현행 대비 평균 238%포인트, 민간 재개발 사업 대비 11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수는 민간재개발을 할 경우 최대 854가구지만, 이번 사업으로는 1195가구 공급 가능하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주민 동의를 받아 사업에 들어가는 사업장에는 토지주에게 최고 수준인 30%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주기로 했다. 토지주에 대한 분양가는 시세의 63.9% 수준으로 민간 재개 사업(75.1%)보다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단, 토지주에게 보장된 수익 외에는 공공이 환수하게 된다.

국토부는 이달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고 7월부터 예정지구 지정을 시작해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간신히 공공재개발 피했는데 날벼락”…도심고밀개발 LH·소유주 동의 ‘산넘어산’ [부동산360]
국토교통부는 2·4 대책에 포함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금천구, 도봉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서울 4개 구 21곳을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후보지로 선정된 증산4구역 [헤럴드경제DB]

다만, 사업이 정상 추진되려면 주민 동의가 관건이다. 사업예정지구 지정에는 토지주의 10% 동의, 본격 착수에는 토지주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을 주도할 LH가 땅 투기 의혹에 휘말려 불신 여론이 커진 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LH 배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각 지자체에서 후보지를 추천할 때 주민 의사를 묻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일부 후보지에선 민간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와중에 이름이 거론돼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연기 전 증산4구역 재정비촉진지구 추진위원장은 “증산4구역이 후보지가 된다는 소식을 지난 17일 구청에서 듣고 급한 대로 토지 소유자 371명이 뜻을 모아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토지 소유자가 1600여명이 넘는 대규모 구역인 만큼 절반으로 잘라서 재개발을 재추진해달라는 의사도 열흘 전에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신길2·4구역에선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는 와중에 주민 의사와 무관하게 후보지 지정이 이뤄졌다는 전언이 이어졌다. 한 주민은 “간신히 공공재개발을 피했더니 LH에 땅을 넘겨야 하는 사업의 후보지가 됐다”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고 했다.

현금청산 대상의 집단행동과 반발, 2·4 대책 후속법안 처리 지연, 이달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대선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사업 추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토지주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 될 지는 진행돼 봐야 아는 것”이라며 “후보지 발표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y2k@heraldcorp.com

“보상협의 안되고 지장물조사 막히고”…우려가 현실된  3기 신도시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