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강조하다 민간 주택 시장 위축시켜
공공 주도 공급도 실패…부동산 가격과 세금 폭등만 남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대책은 제목부터 ‘공공’이란 단어로 시작해 ‘공공’으로 끝난다. 앞서 수도권에 127만 가구를 공급하는 정부의 계획도 마찬가지다. 토지조성부터 분양가 책정, 완공 후 도시기반시설 건립까지 대부분 공공 영역이다.
문재인 정부의 특징은 부동산, 특히 주택을 ‘공공’의 영역으로 만든 것이다. 민간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만들고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 단지를 지어 분양하던 지금까지 주택 시장 모습을 근본부터 바꾸는 작업이다. 심지어 전·월세 같은 임대 시장에서도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폐지’ 정책과 함께 정부가 직접 공급자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민간의 ‘이익’은 악으로 규정했다.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보유세와 양도세수가 단적인 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부동산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인식을 정부가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공공’이 전부인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던 김현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공공이 하면 선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공공 안에서도 LH와 같은 대리인의 문제가 항상 있다. 또 민간을 구축하는 부작용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서울시의회 사무처가 만든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월 뉴타운 재개발 수습방안 발표 이후 2019년까지 서울 내 정비사업구역 683곳 중 393곳이 해제되면서, 약 25만 가구의 새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 물량의 증가 속도가 줄어든 민간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지도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 정부 3년간 증가한 공공주택은 32만8000가구다. 이 중 매입임대, 즉 기존 주택을 공공임대로 전환한 것을 제외하면 순 증가분은 채 5만가구가 안된다.
이런 현실에도 정부와 여권 주요 인사들의 ‘공공 짝사랑’은 여전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공급물량 논란이 있던 지난해초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리고 토지나 건물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도입하자”며 “시장에만 맡기면 더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을 시장탓으로 돌렸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 1~2분위를 위한 주거복지를 정부는 공공영역으로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며 “우리처럼 모두 공공이 한다고 하는 나라는 없다”고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공공 만능주의’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은 “민간과 공공, 중간 형태인 공적주택 등 모든 영역에서 공급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정책이 아닌 정치로 접근한 것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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