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이후 개발지역 집 사면 현금청산
정부 투기방지책 놓고 시장 반발 커
“집 잘못 사면 현금청산” 재산권 규제 불만
전문가들 “더 현실적으로 다듬을 필요 있어”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2·4 공급 대책이 발표된 지난 4일 이후 개발사업 지역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에겐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투기 방지책을 내놓아, 재산권 침해와 부동산 거래 위축 우려 등 시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투기 근절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함께 마련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2·4 대책에서 제시한 각종 사업 추진의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4일 이후 공공 시행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구역 내 기존 부동산에 대한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주택이나 상가의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 발표로 인해 전국에서 부동산 개발 붐이 일어나 주택시장을 더욱 과열시킬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서울 빌라촌에서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조합원간 첨예한 다툼의 소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정비구역에선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등포구의 한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공공직접시행은 4일 이후 매수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양수할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니 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공공재개발은 주택 분양 권리 산정 기준일이 공모 공고일인 작년 9월 21일이라 그때 이후 지분 쪼개기에 의한 입주권이 유효하지 않을 뿐이어서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공공재개발이 공공직접시행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국토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부동산 카페 등에서도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대상지가 한 곳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피해서 집을 사란 말이냐", "이제 집을 잘못 샀다간 나중에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청산 당하는 거 아니냐", "'개발 폭탄'을 피해 신축 아파트만 사거나 계속 전세만 살아야 하는 거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정비사업 추진 단지 주민들은 정부 규제가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약하는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개인적 사유로 이주해야 할 예상 사업구역 내 거주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재개발 추진 단지 한 주민은 "재개발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이제 이사도 못 가고 집을 팔지도 못하게 되는 거 아니냐"면서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데, 아무리 새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들 누가 지금 이 동네 집을 사려 하겠나. 사정이 있어 매매하려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던 관리처분인가 등을 ‘통합심의’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중앙 정부가 주도할 경우 지방-중앙 정부간 갈등도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이 지역민의 동의없이 사업을 강제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명시했지만, 동의율 요건이 완화되고 사업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 책임을 공공이 지게 된다”며 “좀 더 현실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책 발표 직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대책의 영향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눈치 보기'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번 대책을 보면 개발은 한다지만, 투기를 막겠다고 사실상 실거래까지도 위축되게 만드는 규제를 넣어놨다"면서 "정책을 따라가는 지역의 집값은 잡히는 효과가 있겠지만, 강남 집값은 그래도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