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10건 중 7건 낙찰
감정가보다 평균 7.5% 이상 높게 매각
경기도 아파트 인기 급등…2006년 이후 최고
코로나19로 경매 건수 급감…희소성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이달 1일 서울동부지법 경매2계. 송파구 풍납동 미성맨션 117㎡(이하 전용면적)가 처음 경매에 나오자 응찰자가 56명이나 몰렸다. 감정가 8억5400만원인 이 아파트는 13억2881만원에 응찰한 이모 씨에게 낙찰됐다. 2위와 응찰가 차이는 580만원밖에 나지 않는,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55.6%까지 올랐다.
이날 이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7채의 아파트는 모두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하며 새 주인을 찾았다. 성동구 금호동 벽산아파트 85㎡는 낙찰가율이 142%(감정가 8억6900만원, 낙찰가 12억3258만원)나 됐다. 송파구 방이동 방이금호어울림 84㎡는 129%(감정가 8억4400만원, 낙찰가 10억8555만원), 광진구 중곡동 성원아파트 60㎡는 128%(감정가 3억8500만원, 낙찰가 4억9199만원)를 각각 기록했다. 대부분 두 자릿수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경쟁이 뜨거웠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경매시장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고공행진을 하다가도 1월 비수기에 접어들면 낙찰가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107.5%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았다. 전달(101.6%)보다 5.9%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10월(104.4%)부터 4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도 역대 최고다. 1월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은 74.3%를 기록하며,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수도권 아파트 10채 중 7채 이상이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매 응찰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1월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9.7명으로, 전달(7.1명)보다 2.6명이나 증가해 5개월 연속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지난 12월부터 법원경매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 높은 지역의 물건이 쌓여 응찰자들의 관심이 커진 게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법원경매 진행 건수는 각각 179건, 296건으로 지난해 평균치(533건)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인기 높은 지역 아파트는 수십명씩 몰리며 감정가의 2배 수준까지 비싸게 낙찰되는 사례도 속출한다.
지난달 25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84.9㎡는 감정가(4억7400만원)의 2배 수준인 8억399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32명이 몰렸다. 낙찰가율은 177%를 기록했다. 28일 인천지법 부천8계에서 경매에 부쳐진 김포시 운양동 풍경마을 래미안한강2차 85㎡도 낙찰가율이 156%(감정가 4억100만원, 낙찰가 6억2425만원)나 됐다.
지역적으로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세는 경기가 주도하고 있다. 1월 경기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9.4%를 기록해 2006년 12월(111.5%) 이후 14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7.1%로, 전달(110.0%)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오명원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경매 진행 건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자들이 몰려 각종 경매지표가 크게 높아졌다”며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는 건 시세보다 싸게 사려는 목적인데, 낙찰가와 매매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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