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유모(33) 씨는 최근 당근마켓에 미러리스 카메라와 마이크 등 각종 촬영 장비를 헐값에 내놨다. 제 2의 인생을 ‘유튜버’로 시작하겠다며 야심차게 구입했지만, 촬영한 영상들을 꾸준히 편집하는 일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처음 한 두 개 올리는 건 어찌 어찌 했는데 열심히 편집해도 전문가 퀄리티를 따라갈 수 없었다”며 “조회수도 신통치 않아 점점 귀찮아져 포기했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인들도 끼와 콘텐츠만 있다면 ‘일확천금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노다지’로 여겨지는 유튜브. 하지만 유튜브 시장에도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며 개인 유튜버들의 조회수가 위협받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공급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가운데 TV를 넘어 ‘골목상권’까지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 1년간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구독자 4만5000명 이상을 보유한 채널 9000여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튜브 구독 트렌드가 1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기업형 채널로 점점 옮겨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버 개인이 중심이 돼 콘텐츠를 제작, 공급하는 개인형 채널의 유튜브 점유율이 연초 대비 연말에 4.9% 포인트 감소한 반면, 같은기간 기업형 채널의 점유율이 4.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올해 들어 무한도전, 1박2일, 인기가요 등 과거 인기를 누렸던 TV프로그램이 유튜브에 올라오며, 국내 유튜브 시장도 1인 미디어 플랫폼 중심에서 기업형 미디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업형 채널은 운영 주최의 유형에 따라 ▷기업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 채널’, ▷빅히트, SM엔터테인먼트, 1theK 등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음원유통 채널’, ▷방송사 및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레거시미디어 채널’,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 채널’로 나뉜다.
지난해 채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형 채널은 브랜드 채널로, 전체 기업형 채널의 32.6%를 차지했다. 많은 기업들이 TV 등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광고보다 유튜브 내 광고가 더 큰 효과로 이어진다 판단한 것이다.
또 지난해 조회수 및 구독자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기업형 채널은 연예기획사/음원유통 채널로 집계됐다. 채널당 평균 조회수 성장률이 5.5%를 웃돌았으며, 구독자 수도 타 채널 대비 평균 32.5% 더 높았다.
반면 개인 유튜버들의 ‘유튜브 포기’ 사례는 속출하는 모양새다. 진입 장벽이 낮은만큼 일반인들이 대거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며 영상제작용품 거래액이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당근마켓 등 중고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는 장비들도 적지 않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영상촬영 장비 중고 매물은 다달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월 500여건에 불과했던 판매 등록건수가 올들어 2배 가량 늘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인 유튜버의 월 평균 수입은 178만원 꼴. 반면 기업의 지원을 받는 기업형 유튜버의 1인(기업)당 월 평균 수입은 933만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비교하자면, 1인 유튜버와 기업형 유튜버의 수입이 다섯 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