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동산대책 사과후, 여당 여과없는 대책 쏟아내
토지 용도변경 시간이 걸리는 문제, 단기 주택공급에는 한계 지적
지자체와 논의 필수, 선거앞둔 정치권발 공약 실행 한계
[헤럴드경제=최정호· 김은희·민상식 기자] 부동산 공급대책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여당발 부동산 개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취임 4년 만에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하자 만 하루 만에 굵직한 개발 이슈가 여당으로부터 여과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 정책위의장이 서울의 토지 용도변경을,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간선도로 지하화 및 층고제한 완화를 밝혔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는 설 연휴 전 “공급대책” 발표를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울시, 그리고 전문가들은 난색을 표했다. 아직 정식 논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여당발 개발 정책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또 이들 대책이 대부분 중장기 과제로, 단기간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고밀화나 용도변경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대책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적률이 낮은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준공업지구는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의 움직임도 바쁘다. 오는 15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달 말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여기에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 후보들도 일제히 부동산 개발 공약을 더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호 공약으로 층고 제한 해제 및 강변북로·올림픽대로 지하화 후 상부에 공공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역세권 미드타운’ 공약과 함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방안은 변 장관이 발표할 새 ‘공급확대’ 정책에도 대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울시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 관련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안된 사안들”이라며 언론을 통해 들었을 뿐이라고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논의가 되더라도 기존 상위 계획들과 정합성을 보며 나가야 한다”며 쉽지 않은 과제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발 정책 남발이 자칫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도지역 지정은 도시를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라 쉽지 않은 과제“라며 “특히 즉시적인 주택 공급을 만들어내는 접근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도 “결국 지자체가 어떻게 나올 지가 중요하다”며 용도변경의 권한이 대부분 지자체에 있음을 강조했다. 4월 재보궐 선거 후 서울시장이 새로 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여의도 정치권발 공약은 실행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정치권발 주택공급 확대 정책 자체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명예교수는 “설 전 용도변경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발표되면 일단 시장에는 공급을 늘린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 주택공급 확대와 여당발 정책 효과 사이 시차에 따른 한계도 명확하게 지적했다. 이 창무 교수는 “단기적 공급확대 방안으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규제 완화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정부가 설 연휴 전 발표할 대책으로 언급되는 사안들은 중장기적으로 서울에 주택이 늘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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