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30만원을 두 달 뒤 입금해준다 했는데...3개월이 지났는데도 확인해보겠다고만 하고 아무 답이 없어요 ㅠㅠ”
휴대폰 판매 과정에서 ‘페이백(환급)’ 영업 방식을 통한 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부터 강화되는 국세청 규제로 인해, 그간 현금 일시 납부 방식으로 불법 보조금 규제를 피해왔던 업체들의 선택지가 좁아진 결과다.
4일 휴대폰 구매 정보를 공유하는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페이백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지난 3일 한 누리꾼은 “추석 당시 갤럭시S10 5G 모델을 할부원가 0원에 2개월 뒤 30만원을 페이백해주는 조건으로 개통했다”며 “12월 초가 돼서도 아무 연락이 없었고, 카톡도 안 되고 전화하면 겨우 받는다. 이정도면 페이백 사기로 봐야하나”라고 적었다.
또 다른 글쓴이는 특정 휴대폰 판매업체를 언급하면서 “OOOO 차비(페이백) 먹튀 단톡 공동대응 하자”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를 올렸다. 11월에 개통하고 12월에 페이백 받기로 했지만,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상이다.
페이백은 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이나 공시지원금의 15%까지로 제한된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과는 별개로, 판매점이 통신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을 토대로 지원하는 불법 보조금의 한 형태다. 기기값에 불법 지원금을 반영하지 않고 합법적 범위 내에서 할부금을 납부하되, 개통 뒤 별도의 현금을 돌려받는 식이다. 이때 판매자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소 31일 이후, 대부분 익월 말에 페이백 해주겠다고 조건을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이에 판매자가 폐업하거나 담당자가 바뀌어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가 적지않다.
페이백 자체가 불법인 만큼, 사기 피해가 일어나도 보상은 받기 힘들다. 하지만 보조금 지원의 조건으로 데이터 무제한 등 금액대가 높은 요금제 가입에 유도됐다는 점에서, 직영점을 통해 제값을 다 냈을 때와 비교해 피해가 없지 않다는 평가다.
페이백 영업 방식은 수 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올해 이후로는 더 횡행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통신기기 소매업을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으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판매점이 불법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또 다른 방식은 ‘현금 일시 완납’이다. ‘ㅎㅇ’ 혹은 ‘현아’라는 은어로 통용된다. 예컨대 판매자가 출고가 100만원짜리 휴대폰에 합법적 지원금 30만원과 불법 보조금 15만원을 더해 50만원의 지원을 내걸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소비자는 현금으로 50만원만 내고, 판매점은 전산기록에 할부 없이 현금 일시불로 구매한 것으로 남기면, 20만원이 불법으로 지원됐는지 여부를 규제 당국에서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현금영수증 발행이 의무화된 올해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영수증 발행 단계에서 불법 여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불법 보조금과 무관하게, 기존의 탈세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도 판매자들은 현금 일시 완납을 꺼리는 상황이다. 현금영수증 발행을 요구하자, 제시한 가격보다 10% 이상 높여 불렀다는 후기도 올라오고 있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이지만,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기 위한 최근의 정책 흐름이 적절하다는 응원도 있다. 높아질 소비자 부담은 통신사가 공시지원금 상향을 통해 투명해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수백억, 수천억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하는 공시지원금 조정보다는 불법보조금 시장을 조성함으로써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보다 손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후로는 점검을 감수하고 대놓고 기기값에 불법 보조금을 반영하거나, 그간 줄여왔던 페이백 방식의 영업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며 “통신사들이 직접 나서지 않을 경우 페이백 방식 영업이 늘어나면서 사기 피해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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