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전망도 상승이 우세다. 금리인상 가능성, 세부담에 따른 매물 증가 등 하방요인도 있지만 무게중심은 여전히 상승쪽이다. 편차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5~10%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격은 심리와 수급(수요와 공급)이 핵심변수다. 심리를 보자. 1년 후 집값의 의견을 묻는 한국은행의 지난 12월 주택 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32였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이를 보면 지난해 화두였던 ‘패닉바잉(공황매수)’이 올해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집값이 오른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사자’는 분위기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나날이 치솟는 전셋값으로 세입자들은 ‘이럴 바엔 차라리 사버리자’고 마음 먹게 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설문에서도 올해 집값상승 이유의 37%가 ‘전월세 상승 부담으로 인한 매수전환’을 꼽았다. ‘전세난-매수증가-매맷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공급은 어떤가.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2만6940가구)은 작년(4만8758가구)의 절반수준에 그친다. 전국적으로도 27%가량 줄어든다. 수요는 꾸준한 데 공급이 적으니 전세든, 매매든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기존 집들이라도 매물로 나와야 하는데 양도세 중과로 꽉 막혀 있다. 대신 ‘높은 양도세 물고 파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물려주자’며 증여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이 한시적 양도세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활발히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이 마르게 이야기하는 이유다.
신임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공급을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공공 공급이 핵심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 등 분양가를 대폭 낮춘 공공자가주택과 역세권·준공업지역 개발 등이 주 내용이다. 변 장관이 2월 설 연휴 전에 서울 등 도심지역 공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등을 통한 민간공급 활성화를 원하는 시장과의 괴리감은 크다. 국민들은 살고 싶은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사고 싶어하는데, 정부는 임대주택을 잘 지어줄테니 살라는 식이다. 특히 현 정부는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죄악시하다보니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책이 나올 리 없다.
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집값·전셋값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한 ‘레토릭(미사여구)’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 반드시 잡겠다”(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2020년 신년사)고 장담한 바 있다. 그 말이 허언이 됐음은 이미 판명났다.
사실 세금·대출규제 강화 등 수요억제책이 과도한 현 상황에서 민간 공급확대 외에 집값을 안정시킬 묘수는 찾기 어렵다. 정부는 공급 시그널 효과를 노리지만, 공공 공급은 호응도 낮고 1년여 남은 현 정부 임기동안 제대로 실행되기 쉽지 않다. 서울의 역세권 개발은 민간 토지주들이 적극 참여할 지도 관건이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력 야당 후보들은 잇달아 재건축·재개발을 풀어주는 등 규제완화를 언급하고 있다. 만약 야당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된다면 현재 국민 여론상 부동산 정책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기존 계획들이 틀어질 우려도 높다. 그러면 또 다른 정책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현 정부가 이념을 떠나 먼저 규제완화를 과감히 치고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집값도 잡고 국민 근심도 덜 수 있다. 문 대통령도 5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공급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이런 시국에 문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을 눈앞에 두고 돌아갈 필요가 없다.
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 happy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