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강북 아파트 중위매매가격 8억원 육박, 강남과 3억원까지 격차 좁혀
올해 연간 아파트 상승률도 12년만에 강북이 강남 지역 웃돌 전망
전문가들 “자금 여력 있다면 갈아타기 고려 가능…세금·대출 규제 등은 부담”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전세난 심화와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면서 수도권 등 인기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북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강북과 강남의 격차가 최근 빠르게 줄어들면서 주택시장에서는 “이참에 강남으로 갈아타고 싶다”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도 관측된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과 대출 등의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한다.
7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기준 강남 11개구와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각각 11억490만원과 7억9732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중위가격 차이는 3억758만원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격차가 가장 적었다.
중위가격은 전체 표본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가격을 말한다. 평균가격의 경우 특정 가격대에 표본이 집중될 경우 통계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아파트의 중간값을 보기 위한 지표로 중위매매가격이 주로 활용된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기준 강남과 강북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 차이는 3억1672만원이었다. 이후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3월에는 5억976만원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 7월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추세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강남 집값이 주춤한 사이 강북으로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지난 9월에는 강북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7억5667만원으로, 전월 대비 1억원 이상 오르며 사상 처음 7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KB리브온 주택가격 통계에서도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강북 지역의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12.7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 평균 상승률(10.56%)보다 높았다. 강북이 강남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아진 것은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2008년 당시 강북 아파트값은 연간 9.36% 상승한 반면 강남은 1.94% 하락한 바 있다.
이 같은 강북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세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강남 대비 높고, 대출 등 각종 규제 관련 강남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3040세대의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북권 아파트값의 상대적 강세는 주택 시장에서 젊은 세대가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최근 전세난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강북 아파트의 강세 추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강북의 빠른 집값 상승세에 따라 자금 여력이 되는 일부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강남 갈아타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강남권 상당수 아파트는 시세가 15억원을 넘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고, 임대차법 개정안으로 전세 낀 매물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 등을 감안하면 거래 자체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자산관리전략부 부동산팀장은 “자금력이 있다고 하면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전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많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강남권 인기 단지의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고, 최근 신용대출 등에서도 제약이 커지면서 거래량 자체가 눈에 띄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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