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3년부터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 방침
2026년 이후 입주…“주택시장 안정에 도움 힘들어”
청약 가점제 비율·보유세 산정 기준 아직 미확정
극소수만 혜택받는 ‘로또 분양’ 우려도 커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오는 2023년부터 ‘지분적립형’ 주택을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아직 청약 가점제 비율이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산정 방식 등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로또 분양’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최초 분양 시 토지와 건물 지분의 20∼25%만 먼저 취득해 입주하고 20~30년에 걸쳐 나머지 금액을 분납하는 형태이다.
29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주택의 분양은 향후 공급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2023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분적립형 주택을 신규 공급주택 중 공공보유부지, 공공정비사업 기부채납분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부지부터 점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부터 분양하면 실제 입주시기는 2026년~2027년으로 현재 불안정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초 분양시점인 2023년까지 임차인으로 거주해야 하고 당첨되더라도 2026년 이후에나 입주할 수 있어, 무주택자들이 청약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입주자 선정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당초 소득·자산 기준만 맞추면 100% 추첨제로 입주자를 뽑겠다고 밝혔지만, 청약통장을 꾸준히 납부해온 50대 이상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물량에 대해 가점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가점제 비율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종부세 등 보유세 산정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보유세는 지분율에 따라 개인과 공공이 나눠 부담할 방침인데, 어떤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 등 서울 핵심지역 도입이 유력해 종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분양 물량이 2만∼3만가구 정도로 예상돼 결국 극소수만 혜택을 받는 ‘로또 분양’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세 대비 낮은 수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되면 20년 후 시세에 따른 지분가치 산정을 두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서울시는 2028년까지 지분적립형 주택 1만7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물량이 적은 만큼 입지가 우수한 곳에서 공급되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두고 청약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에 많이 사람들이 몰리고 일부 당첨된 사람만 큰 시세차익을 얻는 로또 분양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 20년 이상을 한 집에 사는 것이 생애주기별 주거 특성에 맞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신규 공공택지와 도심의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구역 등 인기 지역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모델 도입 1호 주택은 서울 서초구 성뒤마을 공공임대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와 용산정비창에도 지분적립형 주택을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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