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정신이상자 벌인 행동
인천공항 2019년 테러협박 13건
전년比 6.5배 증가…매년 상승세
올해 0건이지만…단순 비교 무리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A 종교단체가 방탄소년단(BTS)에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테러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11월 중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일본에서 파생된 한 종교단체가 이같은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의 전화 한 통을 받고 발칵 뒤집혔다. 인천공항공사는 대테러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조사단을 투입했다. 때마침 BTS가 일본 팬미팅을 소화하고 있을 때였다. 조사를 벌인 결과 문제의 전화는 정신이상자의 허언일 뿐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22일 인천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측으로 지난해에 접수된 테러 협박 건수는 모두 13건이다. 지난 2018년(2건)보다 6.5배 증가했다. 지난 2014년 3건, 2015년 4건, 2016년 0건, 2017년 3건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양이다.
테러 협박은 대부분 전화로 이뤄졌다. 언론사,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들어왔다. 다행히 대부분은 장난 전화, 정신이상자의 행동, 공항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이의 충동적 발언 등이어서 테러 협박이 실제로 시행된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에는 언론사 등으로 “인천공항 인근에 W88 핵탄두 기폭장치를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공항공사는 곧장 조사에 나섰으나 다행히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에는 전화로 “외국인 764명 정도의 발이 묶인 상태며, 테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식빵과 포도주 2500명분을 준비하라”는 테러 협박이 들어와 진땀을 뺐다. 확인해보니 이 또한 정신이상자의 허언이었다. 같은 달에는 ‘고객의 소리’를 통해 10여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생화학 테러를 하겠다는 메일이 들어왔다. 인천공항공사는 정보기관과 함께 조사를 해 IP를 추적하는 한편 특이사항 유무를 거듭 확인해야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1~9월)에는 테러 협박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지난해와 단순 비교해 건수가 줄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줄고, 주목도도 대폭 떨어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인천공항 이용객은 65만명이다. 지난해 3분기(1799만명)보다 무려 96% 감소한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테러 협박이 들어오는 즉시 대테러상황실·특경대·공항소방대 등을 총동원해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따르고 있다. 상황에 따라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도 합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