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 기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12명

고령 부모·고등학생·영유아 가족 둔 시민들 불안 호소

질병청 “사망과 직접적 인과성 확인 안 돼”

“전체 예방 접종 사업 중단할 상황 아니야”

“00 백신 없나요?”…불안한 마음에 외국산 찾고 제조사까지 일일이 확인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접종할 독감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병국·박상현 기자] 가을철 기온이 점차 낮아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와 독감 백신을 맞은 사망자가 6일 만에 12명까지 늘어나면서 시민들 사이에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22일 경북도와 대전시에 따르면 성주군에 사는 70대 여성 A씨가 지난 20일 한 지역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지난 21일 오후 8시2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19일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유성구 지족동 거주 여성 B(79)씨가 이날 오전 1시10분께 숨졌다.

이날 오전에만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후 숨진 사람이 두 명이나 확인된 것이다. 이로써 전국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총 12건이 됐다. 특히 B씨는 대전시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후 숨진 두 번째 사례로, 독감 백신 접종 전 혈압, 당뇨 등 기저 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등을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남자 고등학생을 시작으로, 20일 전북 고창(78세 여성), 대전(83세 남성), 21일 대구(78세 남성), 제주(69세 남성), 서울(광명 접종·53세 여성), 경기 고양(89세 남성), 경북 안동(73세 여성), 22일 대전·경북 성주까지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이어지는 추세다.

잇단 사망 사례에 시민들은 ‘독감 백신 공포’에 빠졌다. 특히 이미 독감 백신을 접종한 고령 부모가 있는 시민들의 경우 “시간을 돌리고 싶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33)씨는 “지난주에 어머니가 독감이 유행할 거란 얘길 듣고 독감 백신 주사를 맞았는데, 맞자마자 이번주부터 사망자들이 연이어 나와서 너무 불안하다”며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40)씨도 “부산에 계신 60대 중반이신 엄마가 지난주 독감 주사를 맞았는데 이번 일과 관계없는 3만5000원짜리 유료 백신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크다”며 “사망자가 계속 나올 때마다 엄마에게 전화해 괜찮은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자 가족을 둔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불안에 떨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27)씨는 “어제(21일) 가족끼리 있는 단톡방에 고모가 ‘엄마(김씨의 할머니) 독감 주사 맞지 못하게 해’라고 올렸다”며 “나 같아도 무서워서 지금 안 맞을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9)씨도 “이번주 금요일에 독감 백신을 맞기로 했는데 많이 불안하다”며 “60대에서도 문제가 생기니까 엄마, 아빠는 안 맞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영유아나 학생을 가족으로 둔 시민들은 국내 첫 백신 접종 후 사망자인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을 떠올리며 백신 접종을 고민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4)씨는 “동생이 고등학생인데 아직 백신을 맞지 못했다”며 “동네 의원 몇 군데는 재고가 없다고 해서 다른 동네로 원정 가서 맞게 해야 하나 했는데, 고교생 사망 뉴스를 보고 지금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직장인 30대 김모씨도 “8살, 3살 아이들이 있는데 아직 독감 백신을 안 맞았다”며 “뉴스를 보면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지금은 코로나가 더 무서워 백신을 맞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이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가 우려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사망자 모두 과거에도 접종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1일 오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관련 브리핑에서 “논의 결과 백신과 직접적 연관성 그리고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과 사망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전체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