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 트렌드…소규모 공간 확장성 주목
지속가능 경제적 활동·사회적 연대 고민
마을호텔 개념 ‘서촌유희’ 프로젝트 진행
“한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공간, 개성 있는 공간이 주목받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휴식공간인 집은 일터 혹은 학교처럼 사회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집 인테리어나 가구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다. 숙박 공간은 어떠한가. 이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규모 시설보다 사람들이 적은 소규모 공간에 안전함을 느낀다.
오는 22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0 연사로 나선 노경록 지랩(Z_Lab)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건축 디자인 트렌드를 ‘개인화’로 꼽았다. 개인화는 그동안 지랩이 추구했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도 어라운드폴리, 서촌 누와 등 지랩은 지역성을 살리면서 개성이 드러난 소규모 공간을 작업해왔다. 노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에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개성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지랩 사무실에서 노경록 대표를 만나 그의 건축 철학과 건축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노 대표가 소속된 지랩은 규모보다는 의미 있는, 지역성이 드러난 작은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기업이다. 그는 “지역성(Locality)은 지랩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며 “우연히 첫 번째 작업을 제주도, 그리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지역성)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랩이 특징적인 지역에서만 작업하는 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도 작업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역성이 없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주거지냐, 오피스 타운이냐. 혹은 학생이 많냐에 따라서도 지역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그는 “해당 지역에 사는 예술가를 조사하거나 사람들이 갈 만한 공간을 조사하면서 지역성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지역성을 찾는 과정에서는 감성보다 이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결과물을 보고 지랩은 감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공간 아이디어 발표를 준비할 때는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공간의 디테일을 살리거나 공간 분위기를 고민할 때는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코로나 19로 여행·관광 산업이 사실상 붕괴된 현재, 그는 소규모 공간이 주목받으리라 전망하면서도 건축이 트렌드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트렌드가 이러니 이런 공간을 만들자는 건 위험한 접근이다. 그냥 지역을 분석하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되는 것 같다.”
또 그는 “서촌 한옥 스테이 ‘누와’의 경우 1년 내내 차 있는 곳이나 결과적으로는 1년에 365팀밖에 안 오는 곳이다. 전체 시장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공간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랩은 공간 인테리어 뿐 아니라 브랜딩· 제품 디자인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공간 작업 이후, 지속가능한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연대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사업이 ‘서촌유희’다. “서촌, 수평적 호텔이 되다”라는 콘셉트의 서촌유희는 수수하고 담백한 멋을 지닌 서촌 건물들을 하나의 호텔처럼 구성한 마을 호텔이다.
노 대표는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새로운 문화·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마을 호텔을 구상했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서촌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며 “마을 호텔이 이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관광객들이 몰리면 오히려 지역 경제·문화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