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토마스 사라세노 화상 인터뷰

인간이 파괴한 생태계는 유토피아 아냐

일부의 욕망, 다른 생명체 터전 빼앗아

위급상황시 옆사람 마스크도 씌워줘야

‘커넥트 BTS’는 언어·공간 초월 예술활동

팬데믹시대 공존·연결 건축물로 시각화

[헤럴드디자인포럼 2020] “누구의 유토피아가 누구엔 디스토피아…중요한 것은 공존”

“누군가의 유토피아는 다른 누군가의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건축가이자 예술인 토마스 사라세노는 유토피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유토피아를 꿈에 빗댔다. “상상력과 소망을 실현시키는 꿈도 ‘좋은 꿈’과 ‘악몽’으로 나뉜다. 좋은 꿈은 유토피아이지만 악몽은 디스토피아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헤럴드디자인포럼 2020] “누구의 유토피아가 누구엔 디스토피아…중요한 것은 공존”
토마스 사라세노 OURIN T ER PL AN E TARYBODIES, 행성 그 사이의우리, 2017 아시아문화전당. [헤럴드DB]

헤럴드디자인포럼 연사로 나서는 토마스 사라세노는 지난 6일 화상 인터뷰에서 “‘더 나은 상태’로 가고자하는 욕망과 몇몇 사람만의 이득은 다른 사람과 생물들에게는 디스토피아, 불행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며 팬데믹 시대에 공생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다른 생명체의 공간을 빼앗아 만든 더 나은 환경은 유토피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우리 집에 함께 살고 있을지, 내 몸 안에도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 등이 나와 함께 공존하는지 상상해보라”고 조언했다.

사라세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예술·건축·자연과학과 공학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유토피아’를 예술로 그려내는 아티스트다. 그는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종(種)이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사라세노가 지향하는 공생의 가치는 그가 선보인 ‘거미 콘서트(Arachno Concert)’ 전시에 잘 녹아 있다. 아라크노 콘서트 전시는 사라세노와 거미가 공동 작업한 작품이다. 조명을 받은 거미가 먼지 입자가 만든 주파수에 반응하며 삼차원의 조형물인 거미줄을 만들어내고 이는 곧 전시물이 됐다. 사라세노는 다른 생명체를 예술의 일부분으로 참여시키며 공생의 가치를 담아냈다.

그는 팬데믹 시대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추락이나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안내 방송을 떠올려 보라. 자신 뿐만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산소 호흡기를 씌워주라고 안내한다”며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맞이한 위기를 이같이 빗댔다. “옆 승객에도 마스크를 씌워줘야 다같이 생존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연대의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연대의 가치를 표현한 작품 중 하나가 지난 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소금사막에 띄운 ‘에어로센 파차(Aerocene)’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뉴욕 등 전 세계 5 개국 22여명의 현대미술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다양성’, ‘연결’, ‘소통’ 등 방탄소년단(BTS)이 추구하는 철학을 지지하며, 이를 현대미술 언어로 표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사라세노는 화석연료, 헬륨 가스의 사용 없이 오로지 태양열, 풍력으로만 떠오르는 거대한 열기구 형태의 ‘에어로센 파차’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명 ‘에어로센 파차’는 잉카 제국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지상과 지상의 끝에서 가장 먼 우주까지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하나로 아우르는 ‘파차(Pacha)’에서 가져온 말이다. 인간 뿐 아니라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생명체 그리고 우주까지 상호 연결된 존재라는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냈다. 에어로센 파차의 약 한달 간의 비행 기록은 위성 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됐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 있고 한국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예술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다”며 “‘커넥트 BTS(CONNECT, BTS)’ 프로젝트를 통해 연결의 가치를 느꼈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내려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또 박물관이나 전시회장에 가지 않더라도 예술 작품의 전시를 볼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라세노는 “전세계 70억명의 인구가 연결돼 있다고 하는데 다양한 동물, 생물체들을 포함하면 연대의 대상이 더욱 많아진다”며 연결의 대상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결을 통해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 전 지구적 문제에 같이 공감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헤럴드디자인포럼 2020] “누구의 유토피아가 누구엔 디스토피아…중요한 것은 공존”
on the disappearance of clouds, 2019,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출품작. [헤럴드DB]

사라세노는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문제 역시 조형물로 시각화해 공론화했다. 지난 2019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구름의 사라짐에 대하여(On the Disappearance of Clouds)’는 불규칙적인 14면체와 12면체가 혼합된 독특한 형태의 구름 모형의 조형물이 아드리아 해의 해수 파도에서 일어나는 진동에 맞춰 달라지는 음악과 함께 전시됐다. 이산화탄소와 기타 대기 오염 물질이 증가함에 따라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결국 구름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