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품귀 강해져
호가 올린 배짱 매물도 거래
전세 회피 수요, 중소형·중저가 매수수요 전환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서울에서 대표 학군지로 꼽히는 목동아파트. 1단지부터 3단지까지만 3634세대에 달하는데, 전세 매물이 3개 단지 합쳐서 달랑 1건이다. 월세 낀 매물로 확대해도 4~5건 수준이다. 사정은 단지 범위를 넓혀가도 다르지 않다. 전세 품귀 현상이다.
시장에선 억 단위로 호가를 올린 ‘배짱 매물’이 거래되다보니, 이후 가격대가 덩달아 올라가는 전셋값 상승이 만연하다. 목동3단지 95㎡(이하 전용면적)은 지난 6일 8억7000만원 보증금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전세 최고가’로, 7월 31일 거래됐던 7억9000만원보다 8000만원이나 몸값을 높였다. 1년전 전셋값은 6억과 6억8000만원 두 건으로, 이보다 2~3억원이 낮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는 최근 84㎡(10층)의 전세가 9억원에 나갔다. 그보다 보름 전인 8월 19일 같은 단지 같은 층 전세가격은 8억4000만원이었다.
‘전셋값 오른다’ 역대 최대, 전세대란 재현되나
전세 매물을 구하러 다니는 이들은 ‘문턱을 넘을 때마다 값이 오른다’고 전한다. 시장 지표도 이 같은 반응이 틀리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전세수급지수는 2015년 전세대란 이후 최악의 ‘공급부족’을, 전세가격전망지수는 ‘전셋값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9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전월 185.4보다 3.9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수는 0~200까지로 100을 넘길 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뜻한다. 특히 강남 11개구는 191.1로 2015년 가을 전세대란 이후 처음으로 190을 넘어섰다. 연초 전세수급지수는 154.4였다.
정부는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했다. 문제는 청약 시장과 매매 시장에서의 세금감면을 위한 실거주 요건도 같이 강화하면서, 소유와 거주의 분리를 사실상 막았다는 데 있다. 은퇴 후 서울 집을 세 주고 보다 주거비용이 저렴한 수도권이나 지방에 살던 이들도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선 다시 올라와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새로 임대차 시장에 진입하는 수요는 들어갈 집이 없게 되고, 부르는 값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이달 집계한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42.6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 이후 가장 높다. ‘오른다’는 전망이 그만큼 강하단 이야기다.
고가 전세 대신 차라리 매매를...중저가 매수 대기 수요가 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따라 관망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중저가·중소형의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9월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급감 속에서도 노원(3.07%), 성동(2.64%), 도봉(1.79%)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전월 대비 매매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패닉바잉에서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전세회피수요가 매수수요로 돌아서면 외곽지역 중소형·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이와 다른 모습이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9월 현재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이달 53.6%로, 과거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밀어올리던 시절과는 양상이 다르다”면서 “그러나 전세 품귀 현상에 따라,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이들이 매매가가 낮은 곳의 매수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