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초과 유보소득에 14% 과세…탈세 방지 목적
의도 달리 상당수 기업이 과세 대상 포함되며 논란
기재부 “과세대상 아직 논의 중…시행령에 정할 것”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내년부터 미래를 위해 쌓아둔 투자금인 사내유보금에 세금이 매겨진다. 건설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과세 대상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유보소득에 과세하는 것도 부당한데 과세 기준조차 모호해 혼란을 빚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전날 자신들을 유보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탈세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에 일률적으로 유보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애초 정부가 의도한 유보소득 과세 대상은 탈세를 목적으로 법인을 세운 경우다. 이들은 돈을 법인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조세회피를 해왔다. 부동산을 쓸어 담고 있는 '1인 법인'이 대표적이다. 법인세 최고세율(10~25%)이 소득세(6~45%)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건설사와 같은 기업들이 과세 범위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건설업 특성상 지분 투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가족 기업이 많다. 또 아파트를 짓는데 3~5년씩 걸리기 때문에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협회는 8000여개에 달하는 중소·중견 건설사가 유보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말께 발표할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과세 대상을 정하겠다고 한다. 다만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회사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은 채 세금을 때리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추후 과세 대상이 된 기업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법을 모호하게 만든 정부가 혼란을 자초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정상적인 유보소득과 탈세 목적의 유보소득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한데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에 '소규모 법인 과세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맡기는 등 일찍부터 유보소득 과세를 연구해왔다. 그런데도 아직 명확한 과세 대상을 정하지 못했다. 그만큼 탈세 목적의 유보소득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과세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과세 대상을 넓힐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기업들은 회사 자산가치를 늘리기 위해 유보소득을 늘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아직 배당을 하지도 않았는데 배당으로 간주하고 과세한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유보소득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에서 주주 배당금을 빼고 사내에 남겨둔 금액을 말한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오너 일가 지분율이 80%를 넘는 회사가 '초과 유보소득'을 갖고 있을 경우 이를 배당한 것으로 보고 미리 배당소득세 14%를 걷을 예정이다.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액수를 초과 유보소득으로 본다.
만약 올해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A사가 30억원을 배당하고 70억원이 남았다면 ‘적정 유보소득(당기순이익의 50%인 50억원)’을 초과한 20억원은 주주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돼 2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