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이후 가벼운 운동조차 버거운 삶
신체적 후유증 넘어 심리적 영향까지
해외선 코로나 장기 후유증 연구 활발
국내 방역·예방 치중…관련 연구 ‘미흡’
후유증 발견땐 주저 말고 주변에 도움요청
완치자들 “후유증 대처법 알려줬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치된 이후 몸에 조그마한 반응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요. 만성 피로, 호흡 곤란에 가끔 두통이 오는데 오늘이 괜찮았으면 3일 후에 (몸이)안 좋아지는 식으로 간헐적이다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 3월 27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황모(34)씨는 완치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현재 그는 일상의 가벼운 운동조차 버거운 상태다. 그가 앓는 폐결절은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또 다른 흔적이었다. 비흡연자인 그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도 폐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지난 3월 완치 이후에도 폐결절은 사라지지 않았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코로나19 완치자 다섯 명을 인터뷰한 결과 완치 수개월이 지나도 이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폐결절·탈모 같은 신체적인 후유증부터 호흡곤란·후각상실 같이 신체와 심리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후유증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같이 완치자들의 경험담 외에 후유증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연구 활발…국내 연구는 미진=이미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인디아나대 의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유증 연구에서 41.9%가 3개월 이상의 후유증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완치 이후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 호흡기 질환, 신경성 질환, 피로, 심장 질환, 다리·종아리 통증, 두통, 위장장애, 관절·근육통, 탈모, 비강 통증, 혈전 등이 보고됐다. 최근 나온 미국심장병학회(ACC)의 학회지에 따르면 독일·이탈리아·러시아에서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심장 손상 여부를 조사했는데 환자 100명 중 78명에서 심장의 구조적 변화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이렇다 할 국내 후유증 연구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이 방역과 예방에 몰두하고 있어 연구 진행이 쉽지 않은 데다 장기 연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5년 전 발생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연구 중 일부는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하는 코로나19 연구도 장기적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후유증 연구 자체도 연구에 동의한 완치자에 한해 전화나 대면 진료를 하는 등 일일이 추적 관찰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상 의학 연구 진행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료가 수집된 후 치료 기록을 받을 수 있어 이 과정에서 지연 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규모도 후유증 연구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 환자에게는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지만 중증 환자들에게 후유증이 남게 된다”며 “외국은 확진자가 수만 명에 육박해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앞서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유증 발견되면 주저 않고 도움 청해야”=코로나19 완치자들은 후유증에 대한 연구나 관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스로 돌볼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6개월 전 완치 판정을 받은 임모(34)씨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후유증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던 만큼 초반에는 후유증이라는 생각지 못했다”며 “정부에서 후유증에 대한 안내나 대처법들을 알려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적인 후유증뿐 아니라 심리적인 상흔도 이들에게 남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완치자는 “치료센터에 격리됐을 때 폐소공포증과 같은 두려움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완치 판정을 받은 백모(42)씨도 “완치자 공동체나 커뮤니티는 없지만 주위에서 몇몇이 후유증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며 “같이 경험을 공유하고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완치 후 주위 시선과 지인과의 관계를 극복하는 것도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소현·신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