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전문가가 본 현황·전망

IMF·금융위기 시절 채권단 주도 딜

성공적 구조조정에 한계 드러내

2020년엔 채권단-PE가 ‘역할 분담’

빠른 정상화·고용안정 등 선순환 도출

회계법인들 “주 고객으로 PE비중 확대”

10년 주기로 돌아오는 구조조정 시장의 변화를 가장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곳이 있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인수합병(M&A) 딜의 실사부터 재무, 전략자문까지 도맡아 서비스하는 회계법인들이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최주호 삼일PwC 파트너, 박주흥 삼정KPMG 파트너, 송준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파트너, 박상은 EY한영회계법인 파트너 등 ‘빅4’ 회계법인 내 구조조정 딜 전문가들을 각각 만나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청취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차례 구조조정 국면을 거치며 딜 참여 주체도 변화하고, 내용 역시 변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색깔 달라진 2020년 구조조정= 올해 코로나19가 촉발한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사상 세 번째 국면으로 분류된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차례씩 강도 높은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된 바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국면에서는 시장에서의 사모펀드(PEF) 등 민간 투자자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최주호 파트너는 “우선 기존 구조조정 시장과 비교가 필요하다. 지난 두 차례 국면에서는 시중은행이 주채권은행이 돼 자금 수혈 역할을 도맡았다면, 최근에는 이같은 역할을 구조혁신펀드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를 운용하는 PE들이 대체하고 있다”며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E 등이 채권은행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성과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 정상화 및 오퍼레이션(운영) 전문가들이 포진한 PE가 효과적이고 속도감있는 기업개선 작업을 이끌어낸다는 합의가 이뤄졌단 분석이다.

박주흥 파트너는 “채권단은 출자전환으로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경영에 관여하는 사례가 적어 성공적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PE들은 처음부터 경영권을 확보하고 들어가 기업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빠른 정상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직원의 고용안정, 급여 상승 등까지 수반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송준걸 파트너는 “과거 PE 업계에서는 복잡하고 리스크가 높은 구조조정 기업들에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조금만 손을 대도 업사이드가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PE의 ‘역할분담’도= 개별 구조조정 딜에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PE 등 민간 자본의 역할이 분화되고 있단 분석도 나왔다.

두산그룹, 대한항공 등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대형 그룹사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유동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그룹들은 자구안을 마련해 시장에 사업부나 알짜 자산을 내놓고, 이를 PE가 소화하는 구도가 정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준걸 파트너는 “채권단이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PE는 회사를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해 기업가치를 올려 다시 적절하게 운영할 수 있는 주체에 재매각하는 것으로 업무분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회생M&A 과정에서 민간 투자 역할이 앞단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상은 파트너는 “기존에는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 채무조정을 통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정상화한 다음 M&A를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PE로부터의 투자유치, 채권단 채무조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이후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M&A하는 타임라인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조조정 시장에서 PE가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여파로 회계법인들의 고객 역시 PE 비중이 늘어났다. 최주호 파트너는 “(삼일PwC의) 구조조정 딜 고객사만 놓고 볼 때 채권단과 PE가 2대8 비중이던 것이 최근에는 8대2 가량으로 PE쪽으로 급격히 쏠렸다”고 말했다. 박주흥 파트너도 “수년 전부터 PE가 메인 클라이언트”라고 전했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