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인건비제’·노조 내 영향력 등 거론…“파이 나눠먹기 될 가능성”
“직고용 필요” 등 찬성 의견도…“인국공, 비정규직 아니다” 비난도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공공부문 취업준비생 중 86%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같은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에 16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의 직접고용 전환 결정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거센 반대로 번지고 있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공기업을준비하는사람들의모임(공준모)에서 자체 실시한 ‘정부의 공공기관 기간제-정규직 전환 정책 찬반’ 설문조사에 참여한 취준생 중 약 86%(1448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찬성은 10%에 불과했고, ‘모르겠다’는 의견은 2%였다. 지난 23일 시작된 이 설문조사에는 1600명 이상(이날 낮 12시 기준) 참여했다.
공공기관 취준생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반대하는 가운데 이들은 주로 전환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취준생 A씨는 “기존 근무하던 비정규직 분들이 경력 몇 년 이상 돼 업무를 잘하고 일정한 평과를 통과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전원’ 전환하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B씨도 “직렬이 다른 만큼 똑같은 절차가 적용돼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해당 직렬의 전문성을 인증할 수 있는 절차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부는 직접 고용되는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이 1900여명으로 기존 정규직 1400여 명보다 인원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취준생 C씨는 서울교통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선례를 들며 “노조 내 정수가 많은 쪽으로 권력 관계가 역전될 테고 결국 전환될 청원경찰들이 동등한 임금과 사무 직렬 전환을 요구하는 노조 쟁의활 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취준생 사이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정규직 전환될 보안검색요원이나 소방직과 공채로 뽑는 사무직 등은 직무가 전혀 달라 정규직화로 채용 인원을 줄이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몇몇 취준생들은 공공기관이 조직·정원, 보수 등을 총액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총액인건비제’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취준생 D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정당당한 취업에서의 경쟁을 포기하고 안 좋은 처우라도 감수하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왜 취업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취준생의 자리를 뺏으려 하냐고 일갈했다. 취준생 E씨는 정규직으로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요원을 향해 “비정규직이 아니라 이미 보안업체의 정규직”이라며 “외주 업체 정규직을 공기업 직고용으로 추진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노갈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우리는 그동안 핵심 업무가 아니라는 것들을 외주화해 왔다. 그 결과가 ‘위험의 외주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해서 대졸 사무직의 직무를 하거나 같은 임금을 받는 게 아니다”며 “노동자간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우리 사회에서 다른 직무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하는 인원은 하루만에 16만명을 넘어섰다. 참여 인원이 20만명이 넘을 경우에는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20일 이내에 들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