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반 중고거래플랫폼 성장세 화제
동네사람 상대 생각에 부담없이 거래
1인용 가마솥·농기구 등 없는게 없어
네트워크경제 속성 활용해 ‘고객몰이’
오늘 오전 11시에 낚은 참돔, 쓰던 가스통, 인테리어하기 좋은 배…
언뜻 보면 서로 연관성이 없는 물건들 같지만, 모두 제주 지역 당근마켓 이용자들이 올린 중고거래 물품이다. 제주는 육지와 떨어진 지역적 특성 탓에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내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제주 내 만 25~55세 주민 10명 중 8명(81.7%)이 당근마켓을 이용했을 정도로 거래가 많다. 아이템 역시 오늘 아침에 잡은 가물치나 은갈치, 문어 등 생물은 물론 집에서 담근 된장, 김치 등 다양하다.
▶동네 사람이니까…“일단 올리고 본다!”= 구매자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어플에 들어가기보다는 어떤 상품이 올라왔나 구경하러 앱(App)에 들른다. 판매자도 내놓은 물건 가격을 높여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가격을 메기기가 어려우면 구경온 예비 구매자들과 적정 가격을 흥정하기도 한다. 어플 내에 가격 제안을 받는 버튼이 별도로 있는 이유다. 심지어 오래된 책이나 묵은 김치 등 차마 돈을 받고 팔기 어려운 물품은 ‘무료나눔’을 하기도 한다.
당근마켓에서 이같이 독특한 중고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이유는 거주지 기반으로 설계된 당근마켓의 거래 시스템 덕이다. 당근마켓은 이용자가 거주지를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고, 게시 물건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판매하는 물건만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이용자들은 동네 사람을 대상으로 구매·판매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물건을 올린다. 당근마켓에서 에어컨을 판매한 경험이 있는 신연주(28)씨는 “에어컨은 배송하기도 뭐하고 팔기 어려웠는데 동네 사람이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구매자가 집 근처에서 가게 하시는 분이길래 에어컨을 직접 갖다줬고 가게에서 커피를 얻어먹는 등 거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일반 중고 시장에서 보기 드문 물건들이 자주 등장한다. 1인용 가마솥을 인테리어 소품용으로 판매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비의 상징인 가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불상을 판매하는 한 판매자는 심지어 “오래된 골동품”이라며 “가짜로 추정된다”는 글을 당당히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근 가계부?…‘신뢰’ 기반한 네트워크 경제=당근마켓도 이 점을 강조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매월 1일 어플 이용자에게 발송하는 당근 가계부가 바로 그것이다. 당근 가계부에는 사용자가 사는 지역에 몇 명이 거래를 했는지, 거래액은 얼마인지 세세하게 1원 단위까지 나온다. 한 달 간 무료 나눔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도 안내하고 있다. 가계부 밑에 “우리 동네 이웃 중에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안내 문구는 당근마켓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으로 이뤄지는 네트워트 경제 속성을 잘 활용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경제는 시장 참여자(판매자 혹은 구매자)가 많아야 거래 또한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며 “길가다 마주칠 수도 있는 동네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용자들이 안심한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